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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데일리가 2011년 12월 동의의결 제도 도입 이후 공정위에 신청된 총 21건의 동의의결 사건처리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11건이 인용됐고, 8건은 기각됐다. 나머지 2건은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각 처리된 8건 모두 동의의결절차 개시 신청 여부에 대한 것이었고, 이해관계자 등 의견수렴 후 전원회의 최종 심결 단계에서 기각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만 신청인의 수정·보완 거부로 원안대로 상정했고, 공정위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공정위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절차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제도 도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필수 부품을 3년간 장기 계약할 것을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다가 동의의결을 신청한 브로드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200억원 규모 상생기금 조성, 구매 부품에 대한 기술지원 등을 골자로 한 동의의결안을 제출했다.
피해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시정안에 실질적인 피해구제안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브로드컴이 제출한 원안대로 전원회의에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그간 동의의결안이 기각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인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정위는 다음 달 7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한다.
동의의결은 위법성을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기업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불리해지는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법 위반 기업에게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처분을 내리면 피해 기업들은 민사소송 등에서 보상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없는 동의의결이 확정되면 피해 기업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해관계자의 반발에도 동의의결안이 원안대로 확정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법 위반 협의를 쉽게 피하는 수단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사건 심의로 전환돼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시정안이 미흡하다면 최종 심의단계에서 과감하게 기각하는 심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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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의결=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법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제재 이후 각종 소송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시장 기능을 빠르게 회복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피해자 구제책 부족과 법 위반 혐의 기업의 부실 이행 등으로 ‘기업 봐주기’, ‘면죄부’로 전락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