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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증권가와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전기 판매수익은 연 2조6606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작년 연간 전기 판매량이 54만8000기가와트시(GWh)였던 걸 감안하면 연간 약 4조4000억원의 수익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시행 시점이 5월 중순인 데다 취약계층 가구·농가 등에 대한 적용 시점이 유예돼 효과가 반감됐다. 이번 요금인상이 한전의 재무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지난 2년여간 한전의 누적 영업적자는 44조7000억원 가량 쌓였다. 2021년 5조8000억원, 2022년 32조7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6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적자에 따른 부족 자금을 채권(한전채) 발행을 통해 메워오고 있는데 올 들어서만 9조6000억원을 신규 발행해 누적 잔액이 이미 77조원을 넘어섰다.
한전이 밑지며 전기를 파는 상황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은 올 1분기에도 1㎾h당 170.6원에 전기를 사서 146.5원에 판매했다. 인건비·운영비를 제한 원가만으로도 24.1원씩 손해를 보며 판매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한전의 올 연말 누적 적자는 50조원에 육박하고, 그에 따른 한전채 발행액은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 전망은 9조3000억원이다. 이번 요금인상과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가격의 하락세를 감안해도 2~4분기 3조1000억원의 추가 적자를 낼 것이란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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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의 사정도 한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스공사도 정부의 요금 인상 억제로 도시가스 유통사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이 올 1분기 말까지 11조6000억원 쌓였다. 올 들어서만 3조원 가량이 늘었다. 최근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 추세라고는 하지만, 5.3% 인상으로는 미수금을 회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에 대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음에도 정치권의 개입으로 이 제도가 작동하지 못하는 후진국적인 상황이 안타깝다”며 “당정의 이번 결정으로 한전은 계속해서 적자가 쌓일 것이고 한전채 발행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한전의) 설비투자 축소에 따른 전력 공급 안정성 훼손 상황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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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으로 올여름 ‘냉방비 폭탄’ 우려도 커졌다. 이번 인상으로 4인가구 기준 월평균 추가 전기요금 부담액은 3020원 수준이지만, 지난 4분기 이후 누적 인상액은 28.5원/㎾h(약 25%)에 달해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올 여름 국민들의 체감 전기요금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취약계층·영세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한전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에너지 취약계층 가구의 요금 인상분을 평균 사용량에 한해 1년 유예한다. 농사용 전기요금도 이번 인상분을 3개년에 걸쳐 나눠 반영한다. 정부도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을 생계·의료·주거·교육 기초생활수급자로 확대한다.
한전은 특히 전기 사용량을 줄인 가구에 인센티브를 주는 에너지캐시백 제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작년까지는 일부 가구에 시범 도입했으나, 오는 7월부터는 이를 확대하고 인센티브도 1㎾h당 최대 100원까지 주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부담과 걱정을 끼쳐 무거운 마음”이라며 “취약계층 지원 확대와 함께 이번 요금인상을 에너지 효율 제고 계기로 삼아 전력 소비를 근본적으로 절감하고 이를 통해 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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