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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부분 국가가 소비세를 올릴 때는 사회보장을 먼저 이야기하나, 한국은 사회보장 시스템 개편을 정확히 얘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린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또 부가세를 크게 활용하는 것은 유럽국가처럼 큰 정부로 가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먼저 고비용-고복지로 갈 것인지, 저비용-저복지로 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끝난 뒤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매우 낮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이미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국민 1인당 부담하는 세금과 사회보장비용 등의 비율)은 2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0개국 중 17위다. OECD 평균(33%)보다 낮지만, 평균치가 높은 건 고비용-고복지를 택한 프랑스(46.1%) 등 유럽 국가들의 영향이 크다.
이 교수는 세수 확충을 위해서는 주식·채권·펀드 등 자본과세 부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봤다. 그는 “한국은 지나치게 부동산 세금에만 집중하고 주식이나 채권 등은 비과세로 하는 부분이 많다”며 “전면적 양도차익과세, 자본이득세 관점에서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관할하면 책임져야 할 문제가 많겠지만, 이를 제대로 과세하지 않으면 자본세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과세체계 정비를 주문했다.
지난해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및 주식양도세 완화를 추진하며 주장했던 ‘증시하락 우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교수는 “대만 등 다른 국가도 이같은 제도를 도입할 때 잠시 주식시장이 하락했으나 (이를 감수하고)결국 도입했다”며 “주식시장이 좋을 때 확실히 체계를 잡았으면 잡음이 없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연이은 세입추계 오차에 대해선 “선진국 사례를 따라하는 방식만으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1년에는 60조원에 세수 추계오차를 냈고, 지난해도 전체 세수추계 오차율은 낮았으나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 등 항목별 오차는 10%대를 넘었다.
이 교수는 “과거 단순모형을 통해 관행적으로 대응하다가 최근 많은 충격과 경제적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추계모형개발이나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수세예측을 잘 할 수 있는 요인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