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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에는 가드레일 조항을 통해 미국 내 투자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미국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국가’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경우 보조금을 환수하는 조치가 이뤄진다. 신규 시설은 물론 기존 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도 사실상 금지다.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의 성숙(레거시) 공정에 한해서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예외 규정도 있지만, 메모리, 시스템 등 반도체 특성과 종류, 인정 기준 등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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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미국 인텔, 마이크론 등도 중국에 각각 생산·후공정 시설을 두고 있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제한이 생긴다면 국내외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내 시설을 메모리 생산 주요 기지로 활용하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서는 상황이 복잡하다. 미국이 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아 생산 거점을 확충해야 하지만, 이를 받으려면 중국 내 메모리 생산 기지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150억달러(약 19조4800억원)를 투입해 첨단 패키징·R&D센터 등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삼성·SK가 타국 기업에 비해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대만 TSMC의 중국 공장은 조항을 빗겨난 28㎚ 이하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난징 공장에 29억달러(약 3조7600억원)가량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으며, 최근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적극적인 대미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과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운턴(하향 국면)에서 투자 여력 등을 감안해 다른 동맹국과 팹(공장)을 같이 건설한다든지 이런 옵션을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로비 자금을 대거 투입하며 대미 전략을 세우고 노력하고 있지만 외교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며 적극적인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