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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쌀이 중심이었던 우리 밥상은 식생활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급속한 변화를 가져왔다. 1981년 160㎏을 상회하던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이 2021년에는 56.9㎏으로까지 급감했고, 국민 1인이 하루에 먹는 밥 양이 한 공기에 불과하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그 동안 소비자단체도 전국적으로 ‘아침밥 먹기 운동’, ‘하루 밥 한 공기 더 먹기’ 등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지만, 밥 대신 빵, 육류 등 다른 먹거리의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쌀 소비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52%)이 벼농사를 지은 결과 △시장과 괴리되는 생산 과잉 △정부의 가격지지 효과로 인한 수급 조절 불균형 등이 나타났다. 넘치는 쌀을 정부가 예산으로 사들여 창고에 쌓아두는 시장 격리에 들어간 예산이 1조7000억원에 달한다니 가슴이 저려온다.
최근에는 단순히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 뿐만 아니라, HMR(가정간편식), RMR(레스토랑간편식), 밀키트 등 편의성을 추구하는 간편식 선호현상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런 제품들의 주소비층은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생)들이다. 이런 시장 환경의 변화를 주시하지 않고 가격 지지에만 몰입하는 법과 제도는 생산자와 소비자인 국민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공급과잉 고착화 우려
정부는 정책환경변화에 발맞춰 수입산 밀을 대체할 수 있는 ‘가루 쌀’ 산업을 육성하고 쌀 농가들이 밀, 콩 같은 타 작물로 전환해도 쌀농사와 같은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민들의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시장 환경을 외면한 채 쌀 생산에만 집중함으로써 쌀 공급 과잉은 더욱 구조화되고 상시화될 우려와 불안이 상존한다.
과잉 생산된 쌀은 창고에 장기간 보관돼 미질이 저하돼 고급화된 소비자의 입맛에 역행한다. 이는 우리 쌀에 대한 가치 절하로 이어져 소비자 외면을 더욱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될까 우려스럽다. 쌀 의무 매입에 소요되는 국민 혈세의 불필요한 지출이 우리 국민에게 부담을 안기게 된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소비자는 지갑을 여는데 냉정하다. 최고 품질의 미질과 밥맛의 우수성 등이 소비 촉진에도 기여하게 된다. 과잉생산으로 적재된 쌀은 어떤 소비자도 원하지 않는다. 쌀은 우리의 밥상을 지키는 든든한 1등 식품군으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가격 안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식량안보를 지키는 농업인의 소득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정부 개입은 결국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외면받게 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