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또 “우리나라는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어 남성의 실질적인 최종 은퇴연령은 멕시코 다음으로 높은 70세 이상”이라며 “정년퇴직 후 적어도 10년 이상 더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주된 직장에서 조금 더 일할 수 있는 기반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계속 고용의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권 교수는 정년의 해법이 꼭 법적 정년 연장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고령자의 취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위탁계약 방식을 통한 취업 유지나 사회공헌 사업을 통한 고용을 하는 것처럼 다양한 계속 고용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연공급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정년 문제 해법의 핵심이라고 봤다.
권 교수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방치하면 기업은 고용 부담이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금과 인사 체계를 합리화해야 한다”며 “근로시간도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주 30시간 근무하도록 하는 등 전체적으로 직무나 노동 투입량을 조정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형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금과 인사 체계의 합리화는 정년 연장이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는 “임금과 인사 체계가 합리화되면 기업이 기존 숙련 노동자를 채용하는데 추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며 “계속 고용의 기반이 마련되면 기업도 인적 자원의 수혈이 필요하기 때문에 청년 채용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청년과 경합하지 않는 고령 근로자만의 적합 직무 개발이다. 권 교수는 “청년과 고령 근로자가 일자리 대체 효과가 크다는 인식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청년 일자리와 경합하지 않는 만 50세 이상 중고령 근로자만의 적합 직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도 정년 문제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다. 권 교수는 “중고령 근로자가 은퇴 후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대부분 숙련된 노동자이지만, 그들이 속한 기업에서만 직무능력을 써먹을 수 있는 특수 자산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산업 생태계가 대기업과 협력업체 구조로 이뤄진 상황에서 대기업 고참 직원들이 협력업체 등으로 이직해 경험과 지식 등을 전수하는 것이 필요한 데도, 임금 등 처우 격차가 크다 보니 원활하지 않다”면서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제고해 숙련된 경험자들을 적극 채용하는 등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협력 구조 체계에서 일자리가 순환하는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