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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투자는 진행형, 돈 안 끊기는 기업 면면은

김예린 기자I 2022.07.12 04:30:00

[벤처투자 혹한기]③
OTT 경쟁 여전, 콘텐츠제작사에 뭉칫돈
반도체·소부장 등 돈 버는 기업에 '러브콜'
신약은 'NO' 헬스케어 투자 기조 여전
"분야 막론, 돈 벌면 투자받는다" 의견도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6월 투자동향 리포트에 담긴 그래픽 자료로, 막대그래프는 투자 건수를 뜻하고 점선그래프는 투자 규모를 의미한다.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리포트 갈무리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바이오를 시작으로 전 분야 스타트업의 펀딩이 어려운 혹한기지만 이 와중에 투자유치에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 콘텐츠 수급 경쟁으로 수주 물량이 늘 수밖에 없는 콘텐츠 제작사나 독보적 기술이 담긴 제품을 생산해내는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2차전지 기업이 대표적이다.

◇ 콘텐츠, 헬스케어 제치고 ‘러브콜’

복수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꾸준히 투자받는 분야 중 한 곳으로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콘텐츠 업체들이 꼽힌다. 6월 한 달 간 종합 콘텐츠 기업 바이포엠스튜디오가 프랙시스캐피탈과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550억원을 투자받았고, 콘텐츠제작사 이매지너스는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500억원을 조달했다. 웹드라마 전문 콘텐츠제작사 와이낫미디어도 신한캐피탈과 DS자산운용, 위지윅스튜디오 등으로부터 200억원대 자금을 유치했다.

실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집계 결과 6월 한 달 간 VC 투자를 받은 분야는 콘텐츠·소셜기업(23곳)으로, 헬스케어(18곳)를 비롯한 전체 분야에서 투자 건수가 가장 높았다. 현재 수백억원대 규모로 펀딩 중인 곳도 적지 않아, 당분간 콘텐츠를 향한 VC 투자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에 투자금이 쏠리는 것은 국내외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시장의 콘텐츠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증폭했던 OTT 수요가 여전하고, K콘텐츠가 넷플릭스, 유튜브를 타고 글로벌 각국에 퍼지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콘텐츠에 투자한 국내 심사역은 “티빙, 웨이브 등 국내 대기업 계열사 OTT뿐 아니라 글로벌 OTT까지 콘텐츠 수급 경쟁에 뛰어들었다. 증폭하는 제작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IP는 물론 제작 역량까지 갖춘 콘텐츠 업체들의 수주 물량이 늘고 있어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 고객사 빵빵한 반도체·소부장에도 뭉칫돈

반도체와 소부장 등 기술력을 입증하고 고객사와 설비를 확보해 제품을 생산 중인 스타트업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수익화에 성공했거나 성공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갖춘 만큼 리스크가 덜하다는 이유다. 이달 KT가 300억원 투자한 리벨리온이 대표적인 예다. 리벨리온은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경쟁력을 기반으로 금융에 특화한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업체다.

실리콘 방열 소재 기업 코모텍이 최근 에이벤처스와 아이비벤처파트너스로부터 55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던 이유도 대기업군을 고객사로 확보해 안정적 수익기반을 확보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국내 한 VC 임원은 “반도체와 에너지, 소부장 등 고객사가 존재하고 기술과 제품 등 실체가 있어 현실에 맞닿아있는 업이 선호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항공 우주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우주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컨텍은 최근 시리즈C 라운드에서 61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스프링벤처스와 스틱벤처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토니인베스트먼트, 대신증권 등 투자했고, 기투자자 중에선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산업은행,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국내 한 VC 대표는 “국내 관련 기술이 세계 7대 우주 강국 수준으로 올라와 관련 산업이 확대될 것이란 판단이 들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 관심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 기조 이어져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의 경우 신약을 다루는 제약·바이오업계 투자금은 줄고 수익성 지표가 찍히는 헬스케어 위주로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지난달만 해도 웨어러블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업체 씨어스테크놀로지가 250억원, 원격의료 닥터나우가 400억원, 인공지능(AI) 난임 솔루션 개발사 카이헬스가 10억원을 유치했다.

국내 한 바이오 심사역은 “매출 확인이 어려운 치료제 개발업체들은 임상 데이터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불확실성도 크다”며 “디지털 헬스케어나 진단기기 중 매출이 나는 곳만 투자받는다”고 전했다.

이 와중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CMO) 전문기업 이엔셀이 최근 242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건 주목할 점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자체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CMO 사업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들로부터 CMO 외주를 받으며 꾸준히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한 점을 높게 봤다는 평가다. 이엔셀에 최근 투자한 국내 VC 심사역은 “바이오테크 기업이 워낙 많이 생겨난 데다 대부분 CRO·CMO 외주를 맡기기에, 이런 업체들만 돈을 버는 구조가 됐다. 차라리 이런 업체에 투자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분야를 막론하고, 탄탄한 수익구조와 독보적 기술을 확보한 업체들은 펀딩에 성공한다는 점에서 분야보다는 해당 기업의 체력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국내 한 VC 임원은 “바이오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는 건 맞지만 잘되는 기업들은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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