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데뷔 이후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미리 본사를 해외로 이전해 상장 전부터 현지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몸값을 높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섣불리 해외로 갔다가 깐깐한 절차에 비용과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해외 본사 이전 방법도 정교하게 가다듬는 분위기다.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먹힐만한 타깃 시장을 수년에 걸쳐 꼼꼼하게 시장조사한 후 투자의향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가 하면 사전 단계로 해외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양유는 ‘청년떡집’과 ‘우주인피자’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말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비건치즈 브랜드 ‘아머드프레시’를 양산해 2~3년 내 나스닥 상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법인을 본사로 바꾸는 플립을 포함해 다양한 해외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2의 쿠팡’이라 불리는 뤼이드도 플립을 추진 중이다.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는 2016년 ‘산타토익’을 시작으로 공인중개사·보험설계사에 이어, 미국 대학입학시험 전용 서비스까지 내놓으면서 한국을 포함해 북미, 중동, 일본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00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가 8000억원으로 올라 유니콘에 바짝 다가섰다. 뤼이드에 투자한 VC 업계 한 관계자는 “확장할 수 있는 사업 분야와 국가 범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소뱅이 투자하지 않았겠느냐”며 “쿠팡도 한국에 있으면 밸류가 안 나오니 해외로 갔듯, 미국으로 본사를 옮겨서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플립을 자문하는 빈도가 늘었다”며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시장이 있는 국가로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플립은 국내법인 주식을 해외법인에 양도해야 하므로 절차가 복잡하고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 유치 실패로 한국에 되돌아오는 역플립 사례도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과거 ‘아메리칸드림’처럼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플립에 나섰다면 요즘은 스타트업들의 플립 이유와 계획이 더욱 정교해지는 모양새다. 스윗테크놀로지스는 1년 넘게 미국 시장조사를 진행하면서 현지 인력과 네트워크를 확보한 후에 플립 절차를 밟았다. 32개월에 걸쳐 진행한 끝에 지난해 플립에 성공했고, 이후 26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인 알스퀘어는 지난해말 싱가포르에 중간지주사를 세웠다.
국내 한 VC 관계자는 “예전에는 외부의 부추김이나 막연한 기대로 플립을 진행했는데 이후에 해외 VC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아 해외에서 정리된 사례가 생겼다”며 “요즘은 신중하게 플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