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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기업분할 오히려 ‘환영’…왜

이지현 기자I 2022.01.07 00:15:00

[개미 울리는 물적분할]
글로벌 기업들 물적분할보다 인적분할 선택
주주 이익 침해 최소화에 초점 제도 마련必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지난해 12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트럭사업부 다임러트럭을 분할해 독일 증시에 상장했다. 이때 주주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왜일까? 다임러 주주들은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모회사 지분율에 따라 배분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다임러트럭 주가는 상장일까지 49.4%나 급등했다.

6일 이관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해외에선 기업 분할을 하더라도 경우 기존 주주의 의결권이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국내 기업분할과의 차이점을 지적했다.

글로벌 주요 증시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상장하는 사례가 드물다. 2019년 기준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모회사 비율을 국가별로 보면 △일본 6.11%(238개사) △프랑스 2.23%(18개사) △독일 2.14%(17개사) △미국 0.52%(28개사) △영국 0% 등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특히 미국에서는 기업 분할을 하더라도 수직분할인 물적분할보다 수평분할인 인적분할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2015년 구글은 지주사인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알파벳의 100% 자회사가 됐다. 당시 미국 증시에 상장됐던 구글 주식은 알파벳 주식으로 대체됐다. 미국 제약기업 머크(MERCK)는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를 인적분할하면서 보통주 10주당 신주 1주를 지급했다. 10주 미만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현금으로 보상했다. IBM도 인프라서비스 사업부를 분할하면서 5주당 1주를 지급했다. 5주 미만을 보유한 기존 주주에게는 현금으로 보상했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상무는 “연결납세 혜택과 자회사 주주의 집단 소송 우려 등으로 모회사가 상장된 경우 자회사는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우정사업본부, 소프트뱅크 등 지배회사가 있는 약 418개의 자회사가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하지만 모자회사 간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하는 등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동시 상장 비중은 2006년 20%에서 2019년 6%까지 감소했다.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는 이동통신 자회사인 NTT도코모 지분 66%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44조원을 투입해 NTT도코모 지분을 모두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돌린 뒤 상장폐지했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일본에선 원칙적으로 물적분할만을 인정하고 있지만, 분할신주를 주주에게 현물배당하는 방식으로 인적분할의 효과를 얻고 있다”며 “흡수분할, 신설분할 경우 반대하는 주주에겐 주주매수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선 소액주주의 권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라며 “국내에서 이같은 투자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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