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492쪽│웅진지식하우스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오랫동안 홀로 있던 생쥐가 친구 생쥐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놀랍게도 고립된 생쥐는 친구를 침입자로 여기고 잔인하게 공격을 한다. 세계적 정치경제학자인 노리나 허츠는 스마트폰과 도시의 비대면 시스템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을 소통 본능을 잃은 ‘외로운 생쥐’에 비유한다.
우리 시대 만연한 외로움과 그 사회적 비용을 밀도 있게 분석한 책이다. 허츠는 전염병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질병인 외로움을 ‘혼자가 돼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에 국한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외로움이 개인의 정신과 육체에 끼치는 치명성에 대한 연구 결과로 이런 통념을 반박한다. 또 외로움과 고립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사회를 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로 내몰 것이라고 경고한다.
책에서 허츠는 현대 사회가 점점 더 공동체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해가는 것을 넘어, 심지어 서로 이름조차 모르는 ‘고립된 섬’이 돼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 배경으로는 자유가 최우선시 되는 신자유주의와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꼽는다. ‘좋아요’, ‘리트윗’, ‘팔로’를 쫓느라 사람들은 주변을 챙길 시간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로 저자는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2년여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고립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는 2003년 베이징에서의 사스(SARS) 감염병 사태 당시 격리 조치됐던 의료계 종사자들이 3년이 지난 뒤에도 그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전 인류가 고립으로 인한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