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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3시께 경부고속도로 동탄분기점 부근. 이 구간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100km/h이다. 전방에 보이는 고정식 무인단속 카메라를 지나치자마자 한 슈퍼카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암행순찰차에 장착된 태블릿PC 형태의 운영패드 메인화면에 빨간 테두리가 슈퍼카를 포착했다. 레이더 속도 측정 결과, 주행속도 108km/h의 과속차량이다. 화면 우측에는 번호판 사진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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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최근 시범 운영 중인 ‘순찰차 탑재형 교통단속장비’를 12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1지구대에서 체험해 봤다. 그간 도로에 설치된 고정식 단속 카메라를 통해 과속 차량을 단속했으나, 단속장비 앞에서만 속도를 줄이고 다시 과속하는 일명 ‘캥거루 운전자’의 행태는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 제기돼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공모를 통해 중소 IT 업체와 손잡고 전방 차량의 속도를 측정해 과속을 자동 추출하는 ‘순찰차 탑재형 교통단속장비’를 선보였다. 이 장비는 △레이더 △고성능 카메라 △제어기 △운영패드 등으로 구성됐다.
차량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에 설치된 레이더의 속도측정 정확도는 오차 2% 내외로, 고정식 단속 카메라 수준으로 정확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차량 앞 유리에 설치된 고성능 카메라는 50m 이내에 있는 차량의 번호를 오차 4% 내외로 인식하고, 운전석 옆에 설치된 운영패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자동 저장돼 시·도 경찰청 영상실로 송출되고 과속 운전자에게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날 용인시 기흥구에서 오산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부근까지 40여분간 시범 운행한 결과, 암행 순찰자 모니터에는 수시로 빨간 직사각형이 깜빡거렸다. 과속으로 인식된 차량만 어림잡아 30대가 넘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운전자 김모(31)씨는 “단속 카메라 구간에서만 속도를 줄이다 다시 속도를 내는 차량들이 많아 위험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면서 “빠른 시기에 이동식 과속 단속이 보편화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운전자 한모(42)씨는 “사실 고속도로에서는 제한속도를 지키기 쉽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런 단속이 이뤄지면 많은 운전자들이 안전운행에 동참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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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암행순찰차 17대로 고속도로 내 시범운영을 시작해 11월은 홍보에 집중하고 12월부터는 제한속도의 40km/h를 초과하는 초과속운전을 대상으로 우선 단속할 예정이다. 제한속도의 40km/h 이하 과속의 경우에는 3개월간 계도장이 발부된다. 국도 등 일반도로에서 운행 중인 암행순찰차에도 연내 10대에 이동식 단속 장비를 추가 장착할 계획이다.
‘순찰차 탑재형 교통단속장비’는 주·정차모드로도 운영할 수 있어 현재 이동식 단속장비처럼 교통관측소(POP)에서도 활용할 수 있지만, 주로 주행모드에서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고정식 장비는 위치가 노출돼 있다 보니 단속 실효성이 떨어진 측면이 있었다”면서 “조작이 간편하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단속이 가능하다. 특히 운전자들에게 과속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난폭운전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창민 경찰청 첨단교통계장은 “최근 3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과속사고 치사율은 25%로, 고속도로 전체사고 치사율 6%의 4배가 넘고 있다”면서 “이동식 단속 장비 도입을 통해 무엇보다 치사율을 줄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전국 순찰차에도 이동식 과속 단속 장비를 도입·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