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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다시 쓰는 우리의 이야기(Reboot your story)’를 주제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챕터 1 ‘발견’의 연사로 나선 신계숙 배화여대 조리학과 교수의 말이다.
좌중을 압도하는 가죽 재킷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등장한 신 교수는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할 때 기쁜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새롭게 놀지를 공부하며 산다”며 “매일 리셋(Reset·초기상태로 되돌리는 일)하고 재부팅하는 삶을 반복해서 산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도전하는 과정은 늘 낮에 해가 있을 때는 설레고 긴장되고 흥분되는데 해가 지고 나면 ‘내가 미쳤지’, ‘가서 무를까’하는 불안함이 서린다”면서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하는 인생, 뭐든지 궁둥이부터 들자”고 덧붙였다.
신 교수의 인생은 일도 놀이로 연결돼 있다. 대학 졸업 후 중식 요리 조리사의 길을 선택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중국집 조리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그릇 팔러 다니는 거냐’, 아버지는 ‘대학까지 가르쳐 놨더니 식모살이 하냐’며 가슴 아파했다”며 “그래도 제가 좋아서 힘들어도 계속했다”고 웃었다.
이후 청나라 문인 원매(袁枚)가 쓴 조리서 ‘수원식단(隨園食單)을 번역하면서 본격적인 미식기행을 시작했다. 신 교수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놀아도 주제를 갖고 놀면 가닥이 잡힌다”며 “수원식단 조리서를 번역하고 제대로 한번 놀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후암동에 아주 조그마한 공간을 얻었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매일매일 나의 뇌와 심장을 리부팅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신 교수의 ‘어떻게 놀까’ 고민은 요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색소폰 악기를 배우는 것부터 명품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것까지 이어졌다. 갱년기 열증 때문에 한강에 부는 맞바람을 들이마시고 싶어 시작한 오토바이는 운명처럼 미식기행 프로그램으로 그를 이끌었다.
신 교수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대학로에 ‘계향각’, 이른바 (신)계숙이의 향기를 담은 집을 새롭게 준비 중이다. 그는 “새롭게 주어지는 모든 기회는 매 순간 재부팅하는 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며 “오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 어떻게 나를 부팅시킬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