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주택정책 탓에 빚어진 전월세난으로 궁지에 몰린 무주택 서민들이 대출 규제의 철퇴까지 맞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미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주택 관련 가계대출을 줄이도록 금융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자 은행이 임대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까지 거절해 집주인과 임차인 간 갈등을 초래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달 중 내놓기로 한 종합적인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통해 전세자금 대출과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본격 통제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과 전셋값을 대출로 따라잡던 무주택 서민들이 더이상 버틸 기력을 잃고 있다.
급가속된 전세의 월세화는 토끼몰이 당하는 무주택 서민들의 딱한 현실을 상징한다. 지난 8월 한 달간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계약 1만4299건 중 월세가 낀 계약은 5783건으로 40.4%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달 35.8%에 비해서는 4.6%포인트, 전년 같은 달 31.0%에 비해서는 9.4%포인트나 늘어났다. 아파트 외 단독주택과 빌라까지 포함하면 임대주택 가운데 월세 비중이 더 높아 50%에 육박한다. 공급 쪽에서 집주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도 작용한 결과이지만, 수요 쪽에서 무주택 서민이 전세품귀 상황에서 주거비용이 더 드는 월세를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롯한 인터넷상 소통 창구에 무주택 서민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것이다. “집값 올려놓고 대출 못 받게 하면 어쩌란 말이냐”,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들의 피울음이 들리지 않느냐”, “장기간 사전 청약자는 죽으라고 집단대출을 막느냐” 등 난감한 처지를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과도한 채무증가를 막을 가계부채 관리는 필요하지만 대출 실수요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금융 당국이 5~6%로 설정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억제 목표부터 무리해 보인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그 증가율이 5% 이하였던 해는 2019년 한 번, 6% 이하였던 해도 2004·2012·2018·2019년 네 번뿐이다. 현실적인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 마련과 전면적인 주택정택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