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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 여수신계정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적금 잔액은 35조2831억원으로 전월 대비 794억원(1.59%) 감소했다. 6월(전월 대비 347억원 증가)과 7월(전월대비 498억원 증가) 잠시 증가세에 있다가 다시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 추이와 비교된다. 요구불예금은 8월 한달에만 11조5774억원(1.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은 7조9422억원(1.27%)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테이퍼링을 앞두고 현금 수요가 늘었다”면서 “정기예금과 요구불 예금으로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구불 예금과 정기 예금에는 잠시 돈을 맡겨 놓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있다”고 했다.
반면 적금은 금리 인상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말(41조3210억원) 대비 14.61%(6조378억원)이 빠졌다. 지난 5월까지 6개월 연속 잔액이 감소하기까지 했다. 금융권에서는 적금의 낮은 수익률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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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주식 투자나 펀드 등 다른 투자 상품과 비교하면 적금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재테크 수단도 많은데 굳이 적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요구불예금이나 정기예금처럼 은행에 잠시 돈을 맡겨 놓는 수요는 여전히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처럼 일반 서민이 은행을 통해 자산을 불려간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적금을 주로 넣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하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깨는 게 적금과 보험”이라면서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수입이 줄고 빚 부담까지 늘면서 적금에 돈을 넣을 여유가 줄어든 것도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는 적금 잔액의 추이로도 확인된다. 코로나19가 엄습해 불안감이 높았던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넉달 연속 적금 잔액이 줄었다. 코로나19 쇼크로 미국이 대서양 봉쇄령을 내렸던 3월에는 적금에서만 1조600억원(2.71%)이 빠졌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재테크 상품으로서 적금의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해도 사회초년생과 서민 등에게는 여전히 유용한 상품”이라면서 “계획성 있는 소비생활과 저축을 통한 자산 형성 과정에도 적금은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약계층의 자활을 돕는 측면에서 적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케팅 상품이 된 적금
금리만으로는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을 못끌자 은행들은 다양한 이벤트 적금을 출시하고 있다. 자기계발 요소를 더해 금연이나 피트니스처럼 미션을 달성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식이다. 여행을 목적으로한 적금 상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이미 2~3년전부터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품군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기업과의 마케팅 제휴 상품으로 적금이 활용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26주 적금으로 마케팅 효과를 높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마트, 마켓컬리, 해피포인트 등과 합작해 26주 적금을 팔았다.
이 상품은 금리 이외 포인트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컨대 SPC그룹이 운영하는 ‘해피포인트 26주 적금’에 가입하면 파리바게뜨나 배스킨라빈스 이용 시 1000원 쿠폰을 받는 식이다. 제휴사가 쿠폰 금액 상당 부분을 부담하지만, 카카오뱅크 26주 적금 가입자를 손님으로 유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