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말할 나위도 없이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깨끗해야 한다. 음주운전, 부정한 재산 형성, 학력 위조, 거짓말 등은 대표적인 지탄 대상이다. 하지만 그동
안 대선 주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대부분 오불관언이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최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주목받을 일이다. 여권에서는 정치적 복선을 깐 ‘쇼’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정치판에서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신선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선에 나설 이들은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 증식 과정에 편법과 비리가 동원됐다면 누가 옹호할 것인가. 그런 탈법을 모르고 있다가 선거캠페인 도중에 불거지면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바른 지도자를 뽑는데도 큰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리 공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셀프 공개도 나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달 30일 자신과 직계 존비속의 10년간 재산 변동 내역을 공개했다. 부동산·예금·채무 등의 내용과 함께 두 딸의 최근 부동산 거래 내역까지 밝혔다. 대선 주자 중 최초의 셀프 공개다.
대선 후보는 어떤 공직자보다도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말을 부정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면 모든 재산 형성 과정을 당연히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희한한 것은 이런 움직임이 야당인 국민의힘 쪽에서만 일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측 대선 주자들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심지어 민주당은 윤희숙 의원의 사퇴안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윤 의원을 사퇴시키면 이미 권익위원회 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드러난 후에도 버티기 중인 같은 당 의원들에 대한 공격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부동산 등 재산 논란에 휘말려 허우적거리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여야는 대선이 가짜 뉴스와 네거티브 공세로 얼룩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후보들의 투명한 재산 공개를 위한 협의에 속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