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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떠받든 하늘, 그 너머 우주에선 말이다. 별이 폭발하며 푸른 춤을 추는지, 달이 터지며 노란 물을 번져 내는지 알 길이 없는 거다. 그런데 여기 어렴풋한 힌트가 보인다. 푸른 춤도 흔들리고 노란 물도 번지니까.
작가 이은(51)은 우주의 광활한 시간, 거대한 공간을 화면에 끌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 말이 쉽지 엄두 낼 일이 못 된다. 큰 캔버스에 물감만 발라 될 게 아닐 테니까.
작가는 한술 더 떠 ‘동양적 기법’을 들였다고도 했다. 캔버스에 한지를 붙이고 석회·모래로 판을 다지는 일부터다. 그 위에 안료를 여러 겹 입히는데, 뿌리고 흘리고 던지고 긁어내기까지 한단다. 이내 화면에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버석거리는 질감의 원색을 뒤덮은 점과 선, 도형이 펼쳐지는데, 진짜 ‘우주의 혼돈’ 같다고 할까.
회화를 전공한 뒤 일본에서 공부한 벽화의 특성을 할애한 그 한 점, ‘달빛은 순간에 범람한다’(2020)는 그저 작가가 창조한 우주의 일부일 뿐이다.
21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스펠바운드’(Spellbound)에서 볼 수 있다. ‘주문에 걸린 듯한’ ‘무엇에 홀린’ ‘넋을 잃은’이란 뜻으로 회화와 영상, 퍼포먼스까지 25점을 내놨다. 캔버스에 한지·석회·모래·안료. 131×162㎝. 작가 소장. 금산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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