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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이자 상환 유예의 포함 여부다. 금융권은 이자 상환 유예가 코로나 대출 지원책이 추가 연장되더라도 빠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자 상환은 기업의 기본적인 상환 능력을 가르는 척도라 이자 상환까지 미뤄지면 차주의 부실 여부나 정도를 알 수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부실 선별이 안 된 상태에서 금융 지원이 이뤄져 ‘눈먼 부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환할 수 있는 사람과 상환할 수 없는 사람을 가려내지 못하게 된다”며 “나중에 중소기업나 소상공인, 금융시스템에 모두 한번에 충격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 원리금 상환유예 3.5조 불과하지만, 금융부실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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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권은 이를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성이나 원칙의 문제로 본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에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 보다 생산적인 곳에 자금을 흘려보내는 금융 본연의 자금중개 역할을 저버리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은 차주의 이자상환을 통해 실제 상환능력을 확인한다”며 “그 과정에서 연체가 진행되면 차주의 건전성(부실 정도)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구조조정 단계와 연계해 금융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실은 회수하든 상각처리(회수 불가능한 채권으로 분류해 손실로 회계처리하는 것)를 통해 털어내야지 오래 끌고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러 저런 금융 지원책으로 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은행의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과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돼 떼일 위험이 있는 대출금) 비율 등 부실 조기 경보 시스템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대출(분모)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정부 지원으로 원리금 상환 여부(분자)가 제대로 체크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분기마다 발표하는 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3월말 0.62% 최저를 기록했다. 월마다 발표하는 은행 연체율도 다소 올라가긴 했지만 0.32%로 최저(0.28%)수준이다.
◇“핀셋, 선별지원으로 부실 줄여야”
문제는 델타 변이에 따른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주요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으면서 ‘고통 분담’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금융 완화 정책을 계속할 수 없다. 시기 문제일 뿐 금리 인상으로 방향성은 잡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대출 지원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면, 이전의 일률적 지원 연장과 달리 선별적 지원으로 전환해 부채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종이든 기업이든 상환 방식이든 차별적인 핀셋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원책 종료 시점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속해서 기존 방식대로 지원 연장만 한다면 부실이 누적되는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100% 이자가 아니라 절반 정도라도 나눠 갚게 하는 게 기업 회생 여부를 검증하는 동시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향후 이자 상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 코로나 대출 상환이 6개월 연장된다면 향후 2년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이자 일부라도 나눠 갚는 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5조2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