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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목 따라 표준점수 차 최대 7점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런 차이는 국어와 수학에서 두드러진다. 예컨대 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 채점 결과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의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자의 표준점수)은 각각 141점, 146점으로 5점 차이가 났다. 같은 만점을 받았어도 화법과 작문을 선택한 학생이 언어와 매체 응시생보다 5점을 덜 받게 된다는 의미다.
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6월 모의평가 기준으로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응시생은 만점을 받을 경우 142점의 표준점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이과생이 주로 택하는 ‘미적분’ 응시생 중 만점자는 146점을 받는다. 같은 만점인데 실상은 4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지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때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최대 7점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점수 차는 선택과목에 따라 원점수를 보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확률과 통계보다 미적분 응시생들의 공통과목 점수가 높기 때문에 같이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가 차등 조정된다. 확률과 통계 응시생을 A그룹으로, 미적분 응시생을 B그룹으로 모아놓고 각각의 공통과목 평균에 따라 선택과목 표준점수를 조정해 준다. 이는 공부를 잘함에도 불구, 응시한 선택과목이 어려울 때 받을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같은 점수를 받은 학생 간에도 본인의 응시 그룹에 따라 표준점수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 학생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표준점수는 본인의 원점수가 서열상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점수로 대입에서 가장 비중 있게 쓰이는 지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본인 실력과는 무관하게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준점수에서 손해를 보기에 불공정 논란이 나오는 것”이라며 “표준점수 1~2점 차이로 대학 당락이 갈리고, 합격 가능 대학 레벨에도 차이가 나기에 향후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불만도 크다. 서울 소재 자사고 재학생인 조유진(가명·18) 학생은 “문과생은 통상 확률과 통계 과목을 선택하는데 선택과목으로 인해 표준점수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며 “문제는 수능이 120일도 남지 않아 이제 와 선택과목을 바꿀 수도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선택과목 못 바꾸는 문과생들 ‘부글부글’
문·이과 통합 취지도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2018년 8월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 따르면 진로·적성에 따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것이 문·이과 통합 수능의 취지다.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골라 응시토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번 수능부터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준점수에서 불이익을 보게 되면서 교육부가 내세운 문·이과 통합 취지는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고 3학년 김현종(가명·18) 학생은 “수능 국어에선 언어와 매체를 선택할 것”이라며 “진로·적성보다는 조금이라도 점수가 더 잘 나올 과목을 선택해야 대입에서 유리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대입 전문가도 문·이과 통합 취지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문·이과 통합 취지를 살리려면 어떤 과목을 선택해도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며 “지금은 진로·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을 고른 학생이 해당 과목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수험생들은 교육당국이 선택과목 간 유·불리를 가늠할 기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지난달 29일 6월 수능모의평가 채점결과를 공개하면서 선택과목에 따른 국어·수학 표준점수 차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수험생 혼란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교육부 담당자의 해명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런 비공개 방침 탓에 혼란이 더 크다고 토로한다. 재수생인 조수연(가명·20)씨는 “평가원이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와 그 산출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혼란이 크다”며 “수험생 입장에선 이를 알아야 지금이라도 선택과목을 바꿔야 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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