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보라, 불안한 일상으로의 유혹…김수연 '스페이스 I'

오현주 기자I 2021.06.30 03:20:00

2017년 작
일상 공간에 스민 ''무의식'' 화면에 꺼내놔
''색'' 얹은 ''심리적 공간'' 이미지 강조한 뒤
현대인 느끼는 ''불안한 상태'' 감각적 표현

김수연 ‘스페이스 I’(사진=갤러리도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보라’. 쉽지 않은 색이다. 대단히 화려하나 대단히 복잡하다. 원색의 대명사라 할 빨강과 파랑을 섞어 뚝 떨어뜨린 색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개 빨강은 열정을, 파랑은 고독을 상징하지 않는가. 그 보라가 다른 곳도 아닌 침실의 주조색이라니.

작가 김수연은 일상공간에 스민 무의식을 화면에 꺼내놓는다.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색’이다. 의도는 했으나 의도를 넘어선, 미처 의식하지 못한 사이 튀어나오는 색이 한 사람의 정서를 말해준다고 믿는 거다. 그래서 색을 들인 작가의 공간은 물리적 공간보다는 심리적 공간에 가깝다. 내밀한 침실이든, 개방적인 거실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작가에겐 그다지 긍정적 신호가 아닌 듯하다. “심리적 공간은 인간이면 누구나 느끼는 불안을 배태하는 곳”이라고 한다. ‘스페이스 I’(2017)이라 이름 붙인 보라색 침실이 그중 하나. 간결하고 말끔하지만 ‘편하진 않은’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비단 저곳만의 사정이 아니란 게 작가의 생각이다. 불안을 자극하는 공간은 세상에 널려 있고 결국 극복의 여부는 그곳에 얼마나 머무느냐에 달려 있단 뜻이다.

7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심리적 공간 그리고 색’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30.3×130.3㎝.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

김수연 ‘스페이스 018’(2020), 캔버스에 오일, 45.5×40.9㎝(사진=갤러리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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