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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정몽구 Vs 그룹회장 정의선…현대차그룹 총수는?

김상윤 기자I 2021.03.15 05:00:00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정위 현대차그룹 동일인(총수)지정 두고 내부서 격론
경영권 행사 정의선 회장 지정 실무진 판단에 고위층 난색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8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후 배터리 활용 실증사업 업무협약식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의선이지만, 그룹 총수(동일인)는 정몽구 명예회장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이사회가 공식으로 인정한 1인자는 정의선 회장이다. 하지만 시장 감시감독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현대차그룹 총수는 여전히 정몽구 명예회장이다. 공정위는 아직도 정 명예회장을 현대차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한국사회의 유교적 문화 특성상 공식적인 경영권을 넘겨줬다고 해도 개인 최대주주이자 부친인 전 회장이 ‘상왕(上王)정치’를 할 것이라는 의심한다.

이달 초 현대차 그룹이 동일인을 정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으로 변경을 요청하면서 공정위가 딜레마에 빠졌다.

공정위는 매년 5월1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동일인을 지정해 현황을 발표한다. 공정위는 동일인을 지정한 뒤 이 동일인을 기준으로 혈족6촌·인척4촌 또는 임원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 등을 따져 대기업집단 범위를 결정한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신규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제한제도 등 각종 대기업집단 규제의 시작점이다.

동일인이 대기업집단 규제의 ‘기준’이기 때문에 공정위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동일인을 변경해 왔다. 동일인을 잘못 지정할 경우 대기업 규제가 헛발질에 그칠 수 있어서다.

공정위가 얼마나 동일인 변경에 보수적인 지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동일인 변경 건이다. 고 이건희 회장과 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병환으로 인해 일선에서 물러나 수년전부터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경영해 왔음에도 공정위는 2018년에야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명했다.

현대차 그룹은 최근 공정위에 동일인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정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실무진에서는 이미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만큼 정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공정위 고위층에서는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건재한 만큼 동일인 또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내부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효성그룹 사례는 더하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2017년 물러난 이후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경영을 승계했다. 효성그룹은 2018년부터 매년 동일인 변경을 요청했으나 공정위는 조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효성그룹은 올해 조 명예회장의 진단서와 주식의결권 위임장까지 첨부해 동일인 변경 ‘4수’에 나선 상태다.

이황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총수 2~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고 있고, 이사회와 전문경영인(CEO) 분리가 이뤄지는 등 그룹의 지배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경직된 동일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보다 현실에 맞는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동일인

사실상 그룹 사업을 지배하는 자. 지분율 또는 임원선임·주요 의사결정여부 등을 고려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다. 동일인이 지정되면 6촌이내의 혈족·4촌이내의 인척의 지분율 등을 고려해 계열사 범위를 정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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