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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아슬아슬한 고갯길. 눈까지 내려 희끄무레한 산길이 굽이굽이 휘었다. 자칫 한눈을 팔았다간 골짜기 아래 낭떠러지로 굴러버릴 것 같은 저 길을 잘도 달리는 깨알 같은 자동차가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산 정상에 닿을 듯한 곳에 올려놓은 텐트 두 채. 땅보단 하늘을 차지한 저들의 두려움 없는 캠핑 DNA를 어쩔 건가.
작가 김호민은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한국화로 시선을 끌어왔다. 지·필·묵에 올린 현대적 일상의 키워드로 화면에 활기를 불어넣는 건데. 그 주요한 테마가 ‘캠핑’이다. “캠핑을 하며 느끼는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안이 오래전 옛 사대부들이 산수화를 바라보며 느낀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란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절반이다.
‘캠핑희망도-한계령’(2020)은 전국 곳곳을 탐색하며 장소만 바꿔내는 ‘캠핑희망도’ 연작 중 한 점. 수려한 산과 물에 적절히 어울리는 울긋불긋한 텐트, 오리·튜브 등 물놀이용품, 사인처럼 빼놓지 않는 비행기·헬리콥터 등이 새삼 강력한 존재감을 뻗쳐낸다. 시대를 헤집은 콜래보레이션의 힘이랄까.
6월 27일까지 경기 성남 분당구 성남대로 성남큐브미술관서 안현곤·이나영·이윤정·이지연·이현배·장은의와 여는 ‘2020 신소장품전’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수묵채색. 193.9×130.3㎝. 작가 소장. 성남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