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간은 인체의 대사 작용, 해독 작용, 호르몬 조절 등 그 역할이 수백 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할이 많은 만큼 각종 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은데, 특히 간은 자각 증상이 미미해 대표적인 ‘침묵의 장기’로 불리며, 이로 인해 간염, 알코올성/비알코올성 간질환, 간경변, 지방간, 치명적인 간암 등 많은 질환이 소리 없이 찾아와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한 교수의 도움말로 간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회식과 술자리, 짜고 단 식사로 인해 망가지는 현대인의 간
우리나라의 문화 특성이라고 지적되는 것 중에서 잦은 회식과 이로 인한 과다한 음주, 식단의 염분 과다 등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는 우리의 간을 혹사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흔히 지방간으로 이야기 하지만 크게 술로 인한 알코올성 간 질환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알코올성 간 질환
알코올성 간 질환이란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유발되는 일련의 간의 병적 변화를 말한다.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으로 대별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임상 증상과 검사 소견의 이상이 경미하고 임상 경과가 그리 나쁘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알코올의 과다 섭취로 인한 위염과 췌장염을 동반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의 단계가 되면 무증상에서부터 간부전에 의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상상을 보여준다.
알코올성 간염 환자의 약 40%는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데,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경우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경변증보다 예후가 불량해 구미에서는 말기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50%가 알코올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알코올성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복수가 차거나 비장이 커지며 상체에 작은 적색 반점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알코올 남용으로 인해 영양 결핍 소견을 보이고 체내 호르몬의 변화가 유발되어 남성임에도 유방이 부풀어 오르는 여성형 유방을 볼 수 있다.
상습 음주자의 약 10~15%에서 간경변증이 발생하여 술을 마시는 모든 사람에게 간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사람에 따라 간 장애가 발생할 위험도가 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술에 의한 간 장애의 발생은 알코올의 양 및 기간과 밀접한 관련이 잇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속적인 음주가 간헐적인 음주보다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에 대략 160g 정도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 5년 이내에 간경변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으나 유사한 양의 음주를 20년 정도 계속하게 되면 50%에서 간경변증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한편, 알코올음료의 종류와 간 질환의 발생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은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한다 하더라도 남성보다 간 장애 발생률이 더 높고, 간경변증으로 더 진행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영양 상태가 불량한 사람일수록 알코올에 의해 간 장애가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생각되며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경우 간 장애의 개선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성 간 질환의 치료는 즉각 금주를 시작해 이를 계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금주 후 단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알코올 금단 증상을 예상하고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만으로도 비교적 신속하게 치유된다.
김정한 교수는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의 급성 악화 시에는 감염이나 소화관 출혈 등의 악화 인자를 찾아서 교정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충분한 칼로리와 단백질 투여(혼수 시에는 제한)가 선행돼야 하고 비타민, 마그네슘, 아연의 보충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 있는 병을 말한다. 지방만 끼어 있고 간세포 손상은 없는 가벼운 지방간, 간세포 손상이 심하고 지속되는 지방간염, 복수나 황달 등을 동반하는 간경변증까지 병의 정도는 다양할 수 있다. 지속적인 간 효소치 상승을 보이며 알코올 섭취 병력이 없고 B형, C형간염이 혈청학적으로 배제된 경우의 대부분이 해당될 정도로 흔하다.
75%는 여성이 차지하고 대부분 환자가 비만하며, 약 3분의 1의 환자에서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개 40~50대에 발견되고 대부분 무증상이며 가끔 간이 위치한 우상 복부가 뻐근하거나 일부 피로감, 무증상의 간종대를 보일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유병률은 인구 집단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보고되는데, 일반인의 10~24%, 비만인의 58~74%까지 보고되고 있다. 지방간 대부분은 가벼운 병이지만, 지방간 환자의 10% 정도가 지방간염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지방간염 환자의 25~30% 정도에서 치료하지 않고 방치되었을 경우 심각한 간 질환인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방간은 있어도 별문제가 아니라고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인 및 기저질환으로는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급격한 체중 감량, 일부 약물 등에 의해 발생될 수 있다. 그러므로 당뇨병이나 비만이 있는 사람은 불편한 증상이 없어도 간 기능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지방간의 진단을 위해서는 간이 나빠질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혈액 검사와 간의 모양을 보는 초음파 검사 등이 필요하다. 경우에 다라 간 조직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진단에서는 간 내 지방 축적 및 알코올성 간 질환과 유사한 조직학적 특징, 알코올성 간염의 배제, 다른 만성 간 질환의 배제라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다른 원인에 의한 만성 간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B형, C형간염 바이러스 검사, 혈청 철농도 검사 등을 시행한다. 당뇨 및 혈중지질검사도 시행해 기저 질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영상 검사로는 간초음파, CT, MRI 등의 검사법이 있다.
치료 방법으로는 우선 지방간과 관련된 인자들, 즉, 당뇨병, 비만, 관련 약제 등의 원인을 치료해야 간도 좋아진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약제들에 대해서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혈당 조절이 잘되도록 치료받아야 하고 고지혈증이나 혈압 치료도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지방간 환자가 과체중 혹은 비만으르 동반하고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체중 감량, 적절한 식사 요법, 꾸준한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 지방간 치료법이다.
◇간 건강의 관리 및 예방법
대한간학회에서 제안하는 간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생활 수칙 및 올바른 식생활은 다음과 같다.
* 불필요한 약은 오히려 간에 해로울 수 있으니 복용을 삼가한다.
* 지나친 음주는 심각한 간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절제한다.
* 영양분이 고른 균형 잡힌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먹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며 싱겁게 먹는다.
* 적당한 운동은 건강한 간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