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산 가운데,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텀블러 등에서는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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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제 신상이 n번방 같은 곳에 올라온 건가요?”라고 묻는 글이 올라와 조회 수 18만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글쓴이 A씨는 “요즘 하루에 최소 2개 이상 모르는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와 무섭다”면서 자신이 불특정 다수에게 받은 SNS 메시지를 캡처해 공개했습니다. 여기엔 ‘남자친구 있냐’, ‘친해지고 싶다’, ‘30만원을 줄 테니 드라이브 가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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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틀 뒤 다시 글을 올리고 “구글링(구글을 사용해 검색하는 행위)을 하고 SNS를 다 검색해도 (본인 정보가) 안 나오는데 SNS 친구 신청과 DM(다이렉트 메시지)가 계속 온다. 진짜 눈물난다”고 호소했습니다.
◇n번방 잇는 성범죄 게시물 버젓이 게재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범죄 게시물은 여전히 생산·유포되고 있습니다. 미국 SNS인 텀블러에는 불법촬영물이나 ‘지인 능욕’이라며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 사진 등의 게시물이 버젓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와 함께 SNS 아이디 같은 개인 정보를 공개하고 ‘DM 한 번 보내봐라’라는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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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팀장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박 팀장은 지난 5일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에 출연해 “채팅 앱이나 SNS 플랫폼에 올라온 일상적인 이미지를 성적 이미지나 영상에 합성한 딥페이크(deepfake, 인공지능을 이용해 디지털 영상을 위조하는 기술)를 한 뒤 퍼뜨리는 사례가 많다”며 “SNS에 신상정보도 공개돼 있다면, 같이 유포되는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매일 사이트를 모니터링 하면서 전쟁 같은 삭제 요청을 하고 있지만, 온라인 피해라는 특성 때문에 재유포 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사회적 죽음, 혹은 이로 인한 물리적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심각한 범죄임을 꼭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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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가 판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서울여성가족재단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530명 중 353명(66.6%)이 피해를 보고도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 팀장은 피해자들에게 사설업체가 아닌 여성 긴급전화 ‘1366’과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로 지원을 요청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지원 요청시 특별지원단에서 신속한 게시물 삭제, 심층 심리치료, 상담과 수사, 개인정보 변경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동의 없이도 신속한 삭제 지원이 가능합니다. 법률 지원단도 80여 명에 달합니다.
그는 “피해자 관점에서 보호하는 기관이기에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관련 영상 및 사진 삭제뿐만 아니라 의료, 법률, 심리 상담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면서 “급해서 사설업체를 찾아 게시물을 삭제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다른 식으로 신상 정보나 피해 촬영물이 유포될 수도 있다. 우리 센터에서 안전하게 지원을 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