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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손흥민 병장 제대했습니다.” 2018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 획득으로 손흥민(26) 선수가 병역 특례를 받게 된 후 네티즌이 남긴 유머의 하나다.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에게 병역은 민감한 문제다.
지난 7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를 거론하면서 콩쿠르 수상 예술가와 금메달 수상 등 스포츠 선수에게 제공하는 병역혜택과의 형평성을 언급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콩쿠르에서 수상한 예술가는 왜 군 면제를 받는가”라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엄밀히 따지면 콩쿠르에서 수상한 예술가들은 군 면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운동선수가 ‘체육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는 것처럼 이들은 ‘예술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해야 한다. 이들은 4주간의 기초군사교육을 포함해 2년 10개월 동안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공익에 복무해야 한다. 이후에는 예비역으로 편입돼 예비군훈련도 이수해야 한다.
예술·체육요원은 1973년 처음 도입된 뒤 그동안 여러 차례 관련 법과 제도를 수정·보완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술요원의 경우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입상자 중 입상 성적순으로 2명 이내 해당자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내예술경연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만 해당)에서 1위 입상자 중 입상성적이 가장 높은 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편입인정대회도 2008년부터 그 숫자에 제한을 두고 있다. 52개 대회 139개 부문이었던 편입인정대회는 2014년 병역법 개정을 통해 현재 48개 대회 119개 부문으로 축소됐다. 무용의 경우 편입인정대회는 국제경연대회는 12개, 국내경연대회는 3개 뿐이다.
물론 무용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콩쿠르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편입인정대회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콩쿠르에 매진한다. 병무청 훈령 제1402호 ‘예술체육요원 편입 및 관리규정’에 따르면 입상 성적이 같거나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다른 콩쿠르 수상 경력이 많은 순으로 병역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콩쿠르도 우후죽순처럼 열릴 수밖에 없다. 정부시상지원 예술경연대회 온라인 지원시스템인 ‘예술마루’에 따르면 2017년에 열린 정부시상 예술경연대회 중 무용은 총 9개였다. 대학 및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콩쿠르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콩쿠르로 병역혜택을 받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무용 콩쿠르를 통해 예술요원으로 편입된 인원은 △2014년 17명 △2015년 12명 △2016년 10명 △2017년 16명 △2018년 5명(7월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식 등 음악과 국악 등 전통 분야도 매년 병역혜택을 받는 인원은 10명 안팎이었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남자 무용수는 병역 때문에 20대를 콩쿠르에 목숨을 걸며 보낼 수밖에 없지만 정작 혜택을 받는 것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라며 “예술부대를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용계는 10여 년 전부터 예술부대 창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현실화는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