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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는 예정대로 6일 오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고 규제개선 및 현장 애로 해소 등에 대한 간담회를 갖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를 통해 발표가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등 약 100조원 규모의 상생 방안 발표는 일단 무산됐다. 애초 기재부는 삼성 측이 마련한 투자 방안을 전달받아, 회동 직후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김 부총리는 취임 이후 LG그룹(2018년 19조원 투자·1만명 고용)과 현대자동차그룹(5년간 23조원 투자·4만 5000명 고용), SK그룹(3년간 80조원 투자·2만8000명 고용), 신세계그룹(3년간 9조원 투자·매년 1만명 이상 고용) 등을 차례로 방문, 당일 기재부를 통해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해왔다.
재계는 김 부총리의 입장 번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인도 방문길에 이재용 부회장과 처음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이후, 삼성은 물론 재계와의 관계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안 돼 또다시 청와대가 ‘삼성 포비아(공포증)’를 드러내고, 김 부총리마저 이에 동조해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린 데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 경제팀은 재계에 대한 필요 이상의 반감을 드러내 왔지만 김동연 부총리가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해왔다”며 “경제 수장은 정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국익에 부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삼성과의 관계 정상화 문턱에서 다시금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을 제외하고는 국내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정치 논리로 외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부총리의 이번 평택사업장 방문에 기재부 기자단의 취재만 허용하고, 삼성 기자단은 현장 접근을 불허한 것도 ‘삼성 포비아’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인도 휴대전화 공장 방문 당시 청와대가 ‘이재용 부회장을 초대하지 않았다’며 주객이 전도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이번 평택사업장에서도 기재부 기자단의 취재만 허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일부에선 이번 김 부총리 방문이 삼성전자가 장소를 제공한 ‘기재부 행사’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평택사업장은 첨단기술을 다루는 보안시설이라 삼성과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