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소상공인이 만든 일자리, 지켜야 산다

최은영 기자I 2018.08.02 05:00:00

최저임금 인상이 있던 일자리 없애기도
일자리 창출 정책 보다 유지 정책이 더 중요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강원대 초빙교수]요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중소상공인에 관한 여러가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관련 종사자도 688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자영업자도 매출규모별로 나누어 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우리의 이웃으로, 생계형 창업자와 소상공인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자영업자의 73%가 창업 후 5년이내 폐업한다는데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창업 대 폐업 비율도 1년 새 10%포인트나 올라 88%에 육박했다.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난 6월까지 접수된 도산 신청이 836건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보다 많다. 이런 불황의 도미노 현상은 대기업이 흔들리자 그 여파가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 미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건물주도 임대 난에 봉착했다. 심지어 명동, 강남, 홍대 등 핵심 상권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창업 열기가 싸늘하게 식은 탓이다.

◇소상공인이 만드는 일자리도 일자리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상공인의 집단 반발은 일자리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들은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용자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일자리 만들기는 그만큼 어렵다.

최근 불거진 중소상공인의 문제는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전체의 99%에 달하고, 중소기업에 전체 근로자의 88%가 고용돼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많은 수의 중소기업이 폐업을 한다면 이들이 보유한 만큼의 일자리는 없어지게 된다.

일자리 만들기에 앞서 기존에 있던 일자리를 지키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일자리를 새로 만든다고 해도 기존에 있던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일자리가 늘었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일자리 지키기는 일자리 만들기보다 노력 대비 성과가 클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일자리 없애기’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논란이 일자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각 부처가 모여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그나마 소상공인들의 문제를 사회가 같이 인식했다는 측면에선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정책을 입안하기 전에 관련 부처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시행했다면 지금과 같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노동조건 특례인정·소액결제 현금화로 정책 보완

정책은 시작됐고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이에 몇 가지 보완적 정책을 생각해봤다.

첫째, 노동조건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면 어떨까 하는 점이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해 실제 중소상공인의 업종별, 근무행태별, 직종별 기준을 별도로 정해 세분화하면서 실제적 상황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다. 지난달 1일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도 50~299인까지는 2020년1월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2년7월1일부터, 5인미만 사업장은 특례로 사업장별 차등적용하기로 한 사례가 있듯이 말이다.

예를 들어 24시간 편의점이라 하더라도 근무시간 내내 손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오기 전 대기시간도 있고 손님이 없는 시간도 있고 근로시간 내내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법에서도 단속적 근로에 대한 특례조항이 있듯이 이런 것을 감안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근로시간 관련 논란이 일자 일부 점주는 생계를 위해서는 600시간을 근로해야만 손익 구조를 맞출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까지 나왔다. 점주의 근로조건은 누가 보장해 줄까.

각각의 사업자들이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해 충분한 노동 조건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것들은 오히려 국가기관이 기준을 정하고 만들어 소상공인 입장에서 보기에도 균형 잡힌 정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둘째, 일정금액이하는 현금을 사용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1만 원 등 일정금액 이하의 상품을 구매할 때 카드 사용 대신 현금거래를 유도할 수 있게 해준다면 중소상공인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카드 수수료 논란이 일자 ‘착한 페이’가 대안으로 등장했다. 결재수수료 0원을 만들기 위해 소비자의 결제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직접 이체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민간 결제 플랫폼 사업자와 은행에서 여기에 들어가는 시스템 비용을 무료로 하기로 협의했다고 한다.

이것은 돈이 안 드는 일일까? 과연 민간 플랫폼 운영 사업자나 은행 계좌이체 시스템에는 운영비용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지도 의문이다. 최소한의 데이터 처리 비용이나 통신비용, 컴퓨팅 비용, 데이터 기록 비용 등은 누가 부담하게 될까. 이런 비용 구조가 계속 될 수 있을까? 또한 소상공인의 세금이 100% 노출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은 과연 착하기만 한 것일까? 사회 정의일까?

‘착한 페이’가 방법은 될 수 있지만, 국가의 시스템으로 해결 할 일이다. 일본은 카드를 받거나 소액결재 건 등을 판매자가 상당부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비용의 증가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며 국민의 몫이다

아무리 좋은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라도, 그 어떤 정책도 일자리 지키기 정책보다는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 더욱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만든 정책이 정반대로 일자리 없애기 정책이 된다면 그 부담은 누가 떠안게 될까? 소상공인도 내 가족이고 우리의 이웃이고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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