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고금리 장사 프레임…규제 일변도 정책에 '한숨'

유현욱 기자I 2018.07.31 04: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규제 일변도 정책기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시도는 포지티브 규제에 막혔고 서민을 위한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서의 순기능보다 고금리 대출 주범이라는 프레임이 부각되면서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24%) 안에서 영업하고 있음에도 당국이 행정지도로 20%를 고금리로 규정, 업계를 옥죄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로 대출 자격요건이 까다로워질수록 중·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되고 결국 더 큰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며 당국의 지나친 간섭을 경계했다.

30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상호저축은행 표준업무방법서에 열거된 19가지 업무만 할 수 있다. 표준업무방법서에 따라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상품권 및 복권 판매대행, 펀드 판매 등이다. 예컨대 저축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급변화하고 있는 해외송금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도 포지티브 규제에 발목이 잡혀 영위할 수 없다.

저축은행에 박힌 대못 같은 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주요 저축은행들은 업계 성장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대출 총량 규제를 꼽는다. 지난해 3월 시행된 가계부채 총량규제에 따라 저축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7%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5% 수준에서 올해 7% 수준으로 일부 완화됐지만 저축은행은 여전히 불만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성장판을 닫아버린 과도한 규제”라며 “대출길이 막힌 고객들이 대부업체로 밀려나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권역별 의무대출비율 규제 역시 업계 골칫거리다. 권역별 의무대출비율 목표에 따라 저축은행이 속한 권역에서 기업·개인대출이 전체 대출의 일정 비율을 넘어야 한다. 서울·인천·경기는 이 비율이 50%, 나머지 4개 권역의 경우 40%다. 이는 비대면 대출 증가로 권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추세에 역행하는 낡은 규제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현행 0.5% 수준의 높은 예금보험료(예보료)도 일종의 ‘연좌제’라는 불만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은행업의 표준예보료율은 0.08%, 보험과 금융투자업은 각각 0.15%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업은 예금잔액의 0.4%를 적용한다. 저축은행은 은행에 비해 5배 더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평가등급에 따라 최대 0.52%(특별기여금 0.1% 포함)까지 내야 한다. 현재 예보료를 지급하고 있는 저축은행 대부분은 부실 사태와 관련이 없어 억울한 측면이 많다는 것.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예보율이 과도하게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책 방향성이 규제 완화가 아닌 강화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예대율 규제가 오는 2020년부터 저축은행에도 적용된다. 예대율 규제는 대출 잔액이 예금 잔액을 넘지 못하도록 해 혹시나 모를 사고를 예방하는 데 있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다른 업권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예대율 규제를 적용한다고 하는데 저축은행은 이미 다른 업권보다 규제가 강하다”며 “특히 예대율 규제 적용 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잉여 자본을 리스크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