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주된 수요층이던 30대가 자동차 구매를 꺼리고 있다. 그동안 3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생애 첫 차를 샀지만 실업률 증가로 인한 취업 나이와 결혼 연령 상승, 재테크에 대한 인식 변화, 카셰어링의 확산 등으로 자동차 구입을 줄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화와 젊은 층의 소비 감소에 접어든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유경제 컨설턴트인 최대헌 마이샵온샵 대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유보다는 공유를 택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으며, 그 첫 사례는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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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KB국민카드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자사 고객들의 카셰어링 및 렌터카 업종에서의 카드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8월말 현재 카셰어링 연령대별 점유비율은 30대 미만이 80.42%로 압도적이다. 렌터카 점유비도 33.86%로 30대가 가장 높다.
카셰어링 이용 증가율 역시 연령대가 낮을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30대 미만의 경우 3년 사이에 435.1%가 급증한 반면 70세 이상의 고령층은 3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만 2014년과 비교할 때 2016년의 렌터카 이용 증가율은 60대 고객들이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아 연령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요일별 이용 현황을 보면 카셰어링과 렌터카 모두 평일 비중이 절반 이상인 55% 내외를 기록하며 주말보다 10%포인트 가량 높게 집계됐다. 월평균 카셰어링 분포에 있어서는 1월 점유비가 3.5% 가장 낮았고 12월에 14.5%로 연초에서 연말로 갈수록 매달 이용 점유비가 증가했다. 반면 렌터카는 휴가철인 8월에 10.1%로 가장 높았다.
특히 카셰어링의 경우 남성 비율이 80%를 웃돌면서 여성을 압도했다. 2014년 대비 2016년 남성의 이용건수 증가율은 383.8%로 여성의 349.4% 보다 34.4%포인트 상회했다. 렌터카도 남성의 비중이 65% 안팎으로 여성보다 높았지만 여성 비율도 약 35%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년째 중견기업을 다니는 30대 남성 직장인 박모 과장은 “차를 가만히 세워만 놔도 보험료·자동차세 등 돈이 나가고 감가상각까지 감안하면 불필요한 소비지출”이라며 “재테크 측면에서 차를 구입할 의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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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를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다포(多抛) 세대’다. 극심한 취업난에 낮은 임금과 치솟은 물가를 감당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0대의 신차 구매 비중은 전체의 18.2%였다. 30대의 자동차 구매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 30대가 사들인 승용차는 14만4360대로 작년 상반기(16만2422대)보다 11.1% 급감했다. 그동안 30대는 전체 자동차 구매의 21~23%를 차지하며 40대와 함께 자동차 구입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30대를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생애 처음으로 차량을 구입하는 시기로 판단해왔다.
하지만 2012년 전체 자동차 구매 중 23%에 달했던 30대의 구매 비중은 작년 20%로 내려앉더니 올해 상반기는 그 비중이 더 쪼그라들었다. 20대와 40대의 자동차 구입 비율도 각각 7.7%, 3.5% 줄었지만 30대의 감소폭이 더 컸다.
30대가 자동차를 안사는 이유는 경제적 측면이 가장 크다. 날이 갈수록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평균 신입사원 연령이 높아졌고, 그만큼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자산을 30대에 형성하기 어려워졌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8월 기준 청년(15~29세) 실업률은 9.4%로 1999년 IMF 외환위기(10.7%) 이래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1998년엔 25.1세였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령도 작년엔 28.6세로 상승했다.
카셰어링·렌터카 고객의 사용 패턴을 분석한 KB국민카드의 빅데이터 담당자는 “차량을 직접 구매하기 보다는 공유(셰어링)를 선호하는 소비 방식 변화와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패턴 확산에 따른 공유·대여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