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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택시장 과열? 서민은 웁니다

김기덕 기자I 2017.06.02 05:0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아들 공부방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3억원대의 오피스텔을 구입했다네요.”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초호화 오피스텔을 분양 중인 관계자의 말이다. 고급 주거 브랜드를 표방한 L오피스텔은 이미 서울 삼성동 등 강남 한복판에 공급된 이후 시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자 ‘큰 손’ 투자자들이 전매 차익을 노리고 각양각색의 이유로 초소형 오피스텔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요즘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과 11·24 가계부채 방안으로 연초 주춤하던 모습과는 딴 판이다. 실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30% 오르며 11·3 대책 전 작년 하반기 최대 주간 상승률(0.35%)에 육박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값은 0.43% 올라 32주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불과 한 달 전인 4월 말(0.03%)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이처럼 집값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환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등 대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매 제한 강화 및 투기과열지역 지정 등 고강도 대책이 단계적으로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연 부동산 시장이 과열일까. 집값 상승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일시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실제 지난달 강동구는 재건축 이주를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와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고덕 그라시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며 전달에 비해 아파트값이 0.50%나 뛰었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았고 주택 정비사업이 지연됐던 재건축 단지가 몰린 일부 강남지역의 집값 강세가 전체 주택시장 과열로 오판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는 재건축 아파트값 이상 급등 현상도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체 시장 상황을 보지 않고 섣부르게 규제를 도입하면 부동산 경기가 또다시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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