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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글렌 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50주년 기념식 국제학술포럼 연사로서 한국을 찾았다. 포럼 전 인터뷰에서 기술 변화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며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앞서 ‘유엔미래보고서 2050’을 통해 미래에 국경이 사라지리라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이나 이슬람국가(IS) 같이 세계 통합에 비협조적인 국가나 단체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글렌 회장은 이에 대해 “정치적 문제가 안정화하고 평화로워질 때까지 기술 발전을 미룰 순 없다”며 “기술의 발달로 전쟁 때의 사망자가 현격히 줄었듯 AI가 앞으로의 갈등을 더 잘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5년 후인 2050년에는 인구가 23명 더 늘어난다. 그만큼 식량이나 물, 에너지 부족 같은 다양한 환경 재해에 노출될 수 있다.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
글렌 회장은 2020년께 50년 동안 이어진 정보화사회가 끝나고 이후 15년 후기 정보화사회를 지나 기후에너지 사회가 오리라 예측했다.
그는 “밤길을 천천히 달릴 땐 전조등을 멀리 비출 필요가 없으나 빨라질수록 더 멀리 비춰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 정확히 예측하고 그 가능성을 심도 있게 타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글렌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류 간 정보 공유도 더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보 공유를 통해 모인 집단 지성이 결국 인류가 직면한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란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엘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전기차 배터리 디자인을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한 건 급격한 환경 변화로 모두가 망하기보다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돈 버는 것만이 당연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발전 속도가 계속 빨라지는 만큼 지적 재산권의 의미도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아주 빠른 속도로 개선이 이뤄진다”며 “이런 빠른 속도가 결과적으론 지재권의 보호장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특정 대학이나 기관이 지적 재산권이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뺀 나머지 정보만 공유하면 된다”며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그 역시 인도의 한 출판사가 본인과 협의 없이 유엔미래보고서를 무단 출간했으나 이를 문제 삼을 시간에 한국에서 강연하는 ‘더 보람있는 일’에 매진키로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글렌 회장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관심이 커진 AI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알파고처럼 한 가지 일만 수행하는 협의의 인공지능(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에서 인간의 뇌처럼 여러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보편적 인공지능(AGI, General), 로봇이나 생물적인 형태를 지닐 초자연 인공지능(ASI, Supernatural) 순으로 발전하리라 내다봤다.
그는 “사람마다 가능 여부와 시기에 대해 전망이 제각각이지만 2030~2035년이면 AGI 수준에 이르리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영역인 ASI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SI는 합성 생물학과 결합해 생물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스타워즈 속 ‘더 포스’ 처럼 사물인터넷을 통해 모든 곳에 존재할 수도 있다”며 “미래 공상과학 영화가 경고하듯 이때의 부작용을 지금부터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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