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화 확정고시 이후의 과제

논설 위원I 2015.11.04 03:20:01
역사교과서를 2017년부터 국정 체제로 바꾸는 문제로 심각한 국론 분열이 빚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어제 국정교과서 필진을 이달 중순까지 구성해 내년 10월까지 발행하는 일정을 확정 고시했으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보수 진영은 “우리 아이들을 좌편향 이념 교육에서 지켜야 한다”며 국정화를 지지하고 진보 진영은 “국가가 역사 인식을 독점하려 한다”며 반대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담화에서 “현행 검정 발행제도는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중 세 곳만 빼고 모두 좌편향 교과서를 채택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검정제도라고 해서 ‘학문의 다양성’을 무조건 담보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황 총리가 밝힌 좌편향 사례들을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국가 수립’으로 표현하고 6·25동란을 남북 공동 책임으로 교묘하게 서술했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교과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사용 지도서는 좌편향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대목에선 분노마저 치민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육 정상화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앞으로의 과제는 ‘정권이 열 번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을’ 올바른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다. 어느 출판사 교과서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잘못됐다고 콕 찍어 밝히고 ‘객관적 사실(史實)’을 기술할 적임자에게 맡기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 여기에 다른 의견이 있다면 편찬과정에 적극 참여해 바로잡는 게 진정 학문의 다양성을 살리는 길이다. 아예 국정화 자체를 반대한다면 헌법소원이란 법적 구제수단에 호소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야당이 민생 법안 처리를 비롯한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장외투쟁에 나설 태세여서 몹시 실망스럽다. 야당은 아직 필진도 구성되지 않은 국정교과서에 대해 친일과 독재 미화라는 비난을 퍼붓는 것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범죄자로 지레 규정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반대논리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역사고 민생은 민생이다. 이념 투쟁하겠다고 국회를 마비시키는 비민주적 행태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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