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오송공장 양도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바이넥스를 선정했다. 약 10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준공했지만 한 번도 가동하지 않고 공장 매각을 결정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을 선언한 국내업체 중 첫 중도 포기 사례다.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시밀러 연구 분야에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내 업체 중 셀트리온에 이어 두 번째로 바이오시밀러 ‘다빅트렐’을 허가받았다. 2010년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착수한 이후 4년만에 시판 허가를 받았다.
사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2년 9월 식약처에 판매허가를 신청했지만 자료 미비로 허가가 지연되면서 허가심사만 2년 넘게 소요됐다. 2011년 6월 미국 머크와 7800억원 규모의 판매 계약을 맺었지만 이듬해 계약 해지를 통보받기도 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1월 독일 머크세로노와 ‘다빅트렐’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기술 이전 절차와 공장매각을 완료하면 바이오의약품 분야는 손을 뗄 예정이다. 그룹 차원에서 의약품 부문이 핵심사업에서 제외하면서 사업 철수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셈이다.
LG생명과학(068870)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0년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의 임상시험을 시작했지만 마무리되지 않았다. 첫 임상시험에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불순물률이 적게 나왔다는 이유로 동등성 입증에 실패, 임상시험을 다시 설계하는 시행착오를 겪은 탓이다. LG생명과학은 일본 제약사 모치다와 제휴를 맺고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도 개발 중이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개발 난이도가 높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시판허가가 가시화할 때 공장 확장 등에 나설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레미케이드’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SB2’와 ‘SB4’ 모두 임상 시작 1년여만에 임상시험을 마치고 국내와 유럽 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허셉틴’과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국내외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고,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는 해외에서 임상시험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삼성은 2010년 이후 전략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접근했다. 삼성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전문성 확보를 위해 생산과 개발을 분리 운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을 담당하고 연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이뤄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2년말 인천 송도 27만3900㎡규모의 부지에 3400억원을 투자해 3만ℓ 규모의 공장을 준공했다. 여기에 올해 완공을 목표로 15만ℓ 규모의 두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미국의 바이오젠아이덱, 머크 등과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맺으면서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한편 셀트리온(068270)은 삼성의 거센 추격에도 아직까지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0년 10월 ‘램시마’의 임상시험을 시작한 이후 1년 9개월만인 2012년 7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후 유럽, 일본, 캐나다 등에 진출했고 올 하반기 미국시장에 입성을 앞두고 있다. 아직 1개 품목 허가도 받지 않은 후발주자보다 최소 3년 이상 앞선 셈이다. 셀트리온의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지난해 허가받고 국내외 시장을 정조준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약이지만 신약 수준의 개발 난이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임상시험 진입부터 시판허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회사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경쟁업체들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