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한국인의 알코올 소비량은 매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한 명이 1년간 소비한 알코올량은 8.73L로 2012년 대비 8.0% 감소했다.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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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주, ‘문화’가 되다
최근 주류 시장에서 저도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품귀 사태까지 빚으며 주류업계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는 ‘처음처럼 순하리’의 인기가 대표적이다.
롯데주류가 선보인 처음처럼 순하리는 유자향을 넣은 소주 칵테일이다. 알코올 도수가 14도에 불과하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름을 알리더니 어느새 직장인들도 처음처럼 순하리를 찾고 있다. 출시 한달만에 130만병이 넘게 팔렸다. 만드는 물량 모두 팔린 셈이다.
처음처럼의 생산라인을 빌려 순하리를 생산했던 롯데주류도 예상치 못했던 인기에 제조 공장을 늘리며 물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술 한 잔을 마셔도 맛과 멋, 개성을 찾는 젊은 층의 소비 심리와 저도주 문화가 어우러진 인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순하리의 인기에 롯데주류의 주가까지 상승하는 상황이다.
◇설 자리 잃은 독주..“순해야 산다”
대표적인 독주들이 잇따라 도수를 낮추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시작된 저도주 경쟁이 전체 주류 시장으로 확산된 모습이다.
부산·경남 지역은 ‘저도주의 메카’로 불린다. 16.9도 소주인 ‘좋은데이’가 이 지역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수도권을 공략하고 있고, 이 지역에서 기반을 잡은 40도 미만의 위스키 ‘골든블루’는 위스키 시장 지형을 바꿔놓았다.
좋은데이의 선전은 지방 소주 업체의 성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도 안팎의 알코올 도수에 익숙했던 소주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꾸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대표 소주들이 알코올 도수를 경쟁적으로 내렸다. 바뀌는 소비자 입맛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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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에도 ‘윈저’와 ‘임페리얼’ 등 1~2위 위스키가 5~10% 역성장할 때 골든블루는 무려 65% 성장률을 보였다. 업계 1위인 디아지오와 롯데주류가 35도 위스키를 출시하며 저도 경쟁에 뛰어든 것도 골든블루의 성장 때문이다.
독주의 대명사인 보드카 역시 달라지고 있다. 알코올 40도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 업체들은 보드카에 향을 더해 도수를 낮춘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소주보다 도수가 낮은 저도주들은 그야말로 ‘전성시대’다. 지난해 국내 알코올 중 와인은 소비량이 전년대비 9.3%가 늘었다. 독주에 섞어 저도주를 만드는 믹서 음료나 탄산수 시장도 크게 성장 중이다. 하이트진로 ‘진로믹서 토닉워터’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22% 증가했다.
주류 업계 한 관계자는 “획일적으로 술을 들이켰던 회식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며 “여성, 젊은 층이 음주 문화의 중심이 되며 저도주 열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