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2013년 대규모 원전비리로 조직 최대의 위기를 겪은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에는 내심 양호한 기관평가 성적을 기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연말에 터진 내부문건 대량 유출사건(한수원 해킹)은 한수원 직원들의 이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한다.
2015년은 원전 운영당국인 한수원은 물론 규제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더욱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뜨거운 이슈인 경북 월성 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계속운전) 문제를 올해는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달부터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월성 원전 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을 마친 지난 2012년 11월부터 무려 2년 넘게 가동중단 상태이다.
앞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해 9월 월성 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에 ‘적합’ 평가를 내리면서 정부는 연말까지 이 문제를 마무리지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수명연장에 대한 원전 지역 거주민들과 환경단체, 야당의 거센 반대와 또다른 현안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경주 방폐장) 가동 문제 등 때문에 올해로 일단 넘긴 상태이다.
정상 상황에서도 쉽지 않은 원전 수명연장 문제를 지금처럼 원전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점에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 도출된 결론에 대해 일반 국민의 납득을 얻는것은 더 어려워 보인다.
그런 면에서 한수원과 원안위는 이번 원전 수명연장 여부 결정과정을 변화의지를 보여주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한수원은 이와 관련, 수명연장 심사 원본보고서(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주요기기 수명평가 보고서·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의 일반 공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본보고서 공개는 원전 수명연장 심사과정에서 객관성과 결과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한수원은 이에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지만, 원전 안전문제로 전국민이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 한수원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몇이나 될 지 의문이다.
‘법과 인력의 한계’를 이유로 소극적 규제에 머무는 원안위도 올해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필요하다면 국회의 법개정 등을 통해 힘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원전문제에 대해선 여당 의원들도 덮어놓고 정부 편만은 아닌 게 현실이다.
국민에게 “우리를 믿어달라”고만 하기엔 그동안 원전에서 너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원전당국은 한국에서 원전을 계속 돌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월성 원전 1호기 수명연장 문제에서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