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사 잇따른 사옥 매입 왜?

신상건 기자I 2013.12.05 06:00:00

국내 보험시장 성장성 긍정적 평가
부동산 투자로 자산운용 돌파구 마련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라이나생명에 이어 AIA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달아 국내 사옥 매입에 나서고 있다. 경기 둔화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왼쪽부터 AIA생명 사옥, 라이나생명 사옥.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A생명은 국내 보험시장 진출 26년만에 서울시 중구 순화동에 있는 지하 8층, 지상 27층의 N타워를 매입했다. 앞선 지난 9월 라이나생명도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광화문 스테이트타워를 2420억원에 샀다.

보험업계에서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먼저 국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6%에 달하는 등 포화상태지만, 아직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옥을 매입했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국내에서 오랜 기간 영업을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A생명과 라이나생명은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위주의 전략을 펼쳐온데다 치아보험이나 암보험 등 특화된 보험을 판매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회사는 주요 공략 시장이 틈새시장이며,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의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다른 보험사보다 금리 위험도 적고 경기 둔화 영향도 덜 받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회계연도 상반기(2013년 4월~2013년 9월) 라이나생명과 AIA생명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634억원, 614억원을 기록했다. 일부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자산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과 주식 등에 투자한 수익률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보험사들의 주된 투자처인 국고채 수익률(3년물 기준)은 2010년 5%에 육박한 뒤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해 3%대를 맴돌고 있다.

특히 올해 9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5%로 보험료 적립금의 평균이자율인 5.17%에 못 미치면서 0.67% 포인트의 금리 역마진까지 발생한 상태다. 즉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에 투자했을 때보다 부동산을 매입하면 임대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고 현금화하기도 쉽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AIA생명과 라이나생명이 모두 미국계 보험사인 만큼 부동산 투자에 공격적인 미국계 보험사의 특성도 반영된 듯하다”며 “유럽의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보수적인 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상황에서는 금융자산에 투자는 것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며 “사옥으로도 활용하고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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