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출구전략 마련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동양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전망이어서 최수현 금감원장이 취임 6개월여 만에 최대 고비를 맞았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4일부터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구매한 투자자를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110명 규모의 전담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했다.
금융권에서는 동양그룹의 법정관리신청으로 투자자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자 사태를 최대한 진화하겠다는 포석으로 보고 있지만, 전형적인 뒷북대응이라는 비판도 뒤따라 나온다. 동양 사태가 이미 예견됐던 사안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책만 부랴부랴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검사 중인 동양증권에 대해 무기한 특별검사에도 돌입한 것도 같은 지적을 받고 있다. 동양그룹은 2009년부터 CP와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으로 운영자금과 상환금을 돌려막기 해왔고 금융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사에 대해 무기한 특별검사가 이뤄진 건 지난 1997년 IMF 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2011년 동양증권은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7500억원어치 계열사 CP를 투자자 서면 확인 없이 전화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기관경고를 받는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그뿐이었다. 동양그룹 자금난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지난해 7월 투자부적격등급 CP와 회사채의 금융계열사 판매에 대한 제한 조치를 금융위에 건의했지만 4월에야 관련법이 개정됐다. 이마저도 유예기간을 둬 10월에 시행되도록 해 사실상 동양 사태를 방치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웅진과 LIG건설이 CP발행 뒤 법정관리를 신청해 피해자가 양산된 전례가 있었음에도 이렇다 할 제도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동양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하자 금융당국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애초 ‘불완전판매’에 대한 가능성이 적다고 강조해오다 동양증권 내부에서조차 강제할당과 사기성 CP판매 등 불완전판매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절치부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별도로 동양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회사채나 CP를 주채무계열 지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무슨 근거로 금융기관이 개입할 수 있느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동양 사태 이후 만들어진 110명 규모의 전담 TF 때문에 기존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평소에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TF에서 인력을 또 빼 가니 고유 업무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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