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던 뉴욕증시가 사흘만에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시리아가 외교 해법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관련국들의 이견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애플 주가가 추락하며 지수 발목을 잡았다.
1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35.54포인트, 0.89% 오른 1만5326.60으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5.14포인트, 0.31% 상승한 1689.13을 기록하며 7일째 연속으로 올랐다. 그러나 나스닥지수는 전일보다 4.01포인트, 0.11% 하락한 3725.01에 머물렀다.
전날 저녁 오바마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이날로 예정된 의회에서의 시리아 공습 결의안 표결을 늦춰달라고 요청하며 외교적 해결 노력을 강조한 것이 시리아 리스크를 더욱 낮췄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할 결의안을 두고 미국, 프랑스, 영국 등과 러시아, 중국이 대립하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2분기 실업률이 예상을 깨고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하고 미국의 지난 7월 도매재고가 넉 달만에 반등한 것이 힘이 된 반면 미국의 지난주 모기지 신청건수가 모기지 금리 상승 여파로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 것은 부담이 됐다.
저가형인 ‘아이폰5C’와 고급형인 ‘아이폰5S’를 동시에 공개하고도 애플 주가가 5% 이상 급락한 것은 나스닥지수를 아래로 끌어 내리고 말았다. 애플은 이틀째 하락하며 500달러대를 넘었던 주가가 단숨에 460달러대로 주저 앉았다.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헬스케어 관련주가 강했던 반면 유틸리티 관련주는 부진했다.
모건스탠리는 UBS가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한 덕에 주가가 1% 가까이 올랐다. 보다폰으로부터 버라이존 와이어리스 지분 인수를 위해 사상 최대인 49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한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은 강보합권을 지켜냈다.
◇ “아이폰 경쟁력없다”..애플, 혹평속 주가폭락
애플이 저가형인 ‘아이폰5C’와 고급형인 ‘아이폰5S’를 동시에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제품 성능이나 가격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없다는 혹평 속에 주가가 폭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일보다 5%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도 정규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이다 신제품 공개 이후 2% 이상 추락했던 애플은 힘겹게 회복했던 주가 500달러선에서 이틀새 460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애플이 야심차게 두 종류의 전략폰을 한꺼번에 공개한 상황에서 이처럼 주가가 부진한 것은 이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반응이다. 헤지펀드 매니저들 가운데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유명한 덕 카스 씨브리즈파트너스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얼마나 더 추락하려고 하는가”라고 되물으며 “애플의 전날 발표와 신제품 출시는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우선, 애플이 매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 이머징마켓을 겨냥해 내놓은 보급형인 ‘아이폰5C’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 시장을 실망시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UBS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내렸다. 또 애플이 새로 내놓은 ‘아이폰5C’는 물론이고 전략폰인 ‘아이폰5S’도 획기적인 신기능이 많지 않은데다 중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을 통한 제품 출시를 확정짓지 못한 점이 투자자들의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 ‘모기지 더 줄어들라’..美은행들 대출문턱 낮춘다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대출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자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웰스파고에 이어 모기지 대출 문턱을 낮추면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은 플로리다와 네바다, 애리조나, 미시건주 등에서 고객들이 모기지 대출을 받을 때 일시 부담해야 하는 다운페이먼트 요구금액을 하향 조정했다. 웰스파고에 이어 미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모기지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JP모건은 “이들 지역이 더이상 모기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곳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대출기준 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또 JP모건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을 통해 연방주택청(FHA)이 보증하는 모기지 대출을 가진 대출자들이 재융자(리파이낸싱)을 신청할 경우 적용하던 대출 요건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상반기 모기지 대출 4건중 1건을 차지했던 웰스파고도 이미 특정 조건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모기지 대출 기준을 완화하고 주택가격 상승을 반영해 담보인정 비율을 높여주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가이 세캘라 인사이드모기지 파이낸스 편집인은 “역사적으로 볼 때 대출 은행들은 고객들이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 문밖에 줄을 설 때면 대출기준을 타이트하게 하다가 이들이 서서히 발 길을 돌릴 때쯤에는 기준을 완화하곤 했다”며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고 말했다.
◇ 美도매재고, 넉달만에 소폭 반등..성장기여 ‘미미’
미국의 지난 7월중 도매재고가 넉 달만에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시장 예상에는 못미친 수준이었다. 이로써 향후 제조업 주문 등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3분기 경제 성장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지난 7월중 미국의 도매재고가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0.3% 증가에는 못미쳤지만, 앞선 6월의 0.2% 감소보다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넉 달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도매 판매도 0.1% 증가하긴 했지만, 앞선 6월의 0.4% 증가는 물론이고 0.4% 증가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에도 모두 못미쳤다.
이처럼 기업들의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는 와중에 재고 쌓기가 다시 소폭 반등하면서 상대적인 재고 비율은 감소세를 멈췄다. 실제 도매판매를 감안한 도매재고 비율은 1.17개월치로, 앞선 6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1년 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재고를 늘리기 위해 앞으로 제조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늘릴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은 재고 증가세가 미미한 만큼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
◇ 美 모기지시장 ‘급랭’..신청건수 5년래 최저
모기지 금리 상승에 따른 재융자(리파이낸싱) 수요 위축으로 지난주 미국의 모기지 신청건수가 거의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가 이날 발표한 지난주 미국의 모기지 신청건수는 전주대비 13.5%나 급감해 지난 2008년 10월 이후 4년 11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특히 모기지 금리 상승 여파로 인해 재융자 신청건수가 20.2%나 급감해 지난 2009년 6월 이후 4년 3개월만에 가장 부진했다. 또 주택구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건수도 2.7% 감소하며 2주일째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전체 모기지 신청건수 가운데 재융자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7%를 기록해 지난 201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비중을 보였다.
지난주 30년만기 모기지 금리는 한 주만에 4.73%에서 4.8%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2011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15년만기 모기지 금리도 3.75%에서 3.83%로 올라갔다.
◇ 안전자산 인기 ‘뚝’..獨 국채 입찰금리, 2년래 최고
글로벌 채권 매수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시리아 공습 우려가 크게 완화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의 입찰금리가 2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독일 재무부가 실시한 10년만기 국채 입찰에서 예정됐던 40억8000만유로 어치 전량이 평균 2.06%에 낙찰됐다. 이같은 낙찰금리는 지난 201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앞선 8월 중순 입찰에서의 1.8% 금리에 비해서도 26bp(0.26%포인트)나 단숨에 뛴 것이다.
이처럼 낙찰금리가 상승(낙찰가격은 하락)한 가운데서도 국채를 인수하려는 수요는 오히려 줄었다. 입찰액대비 응찰 비율은 1.29배로, 앞선 8월 입찰에서의 1.33배보다 줄어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입찰이 부진한 반면 유통시장에서는 독일 국채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대비 3bp 하락하며 2.00%를 기록하고 있다. 한때 금리는 2.05%까지 뒤며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재차 하락 중이다.
이날 이탈리아 대법원은 세금 횡령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 박탈 여부에 대한 표결을 연기했고, 이에 따라 이탈리아 연립정부 붕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태다.
이날 이탈리아가 실시한 1년만기 국채 85억유로 어치 입찰에서도 낙찰금리가 1.34%를 기록해 한 달전의 1.05%보다 크게 상승했다. 유통시장에서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2bp 하락한 4.51%를 기록하고 있지만, 동일 만기의 스페인 국채 금리인 4.49%와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2bp 수준으로 좁혀진 상태다. 특히 전일에는 최근 1년 6개월만에 처음으로 장중 국채 금리가 스페인 금리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