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불붙은 여의도 ‘동서 전쟁’
서울 여의도는 여의도공원을 경계로 동서로 갈려 있다. ‘민의의 전당’ 국회의사당이 버티고 있는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을 상징한다. 증권사와 금융사들이 포진해 있는 서여의도는 한국 경제의 축소판 같다. 동·서 여의도의 엇갈린 행보와 위상변화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정치판과 증권 시장은 비슷한 점도 있다. 장(場)이 제대로 설라치면 사람과 돈이 몰린다는 점이다. 호황의 훈풍이 불 땐 시장에 하루가 다르게 좌판이 늘어나는 이치와 같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 ‘큰 장’이 서면 서여의도 오피스텔엔 빈 사무실이 동나고, 인근 식당과 술집은 늘 북적거린다. 지금 서여의도는 선거가 치뤄진지 반년이 지나 한가할 법도 하다. 그렇지만 선거판 주위에 몰려드는 ‘선거꾼’ 대신 ‘금배지’에게 줄을 대기 위한 공기관(기업)과 민간 기업의 대관 담당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기관장 인사에 줄을 대거나 ‘경제민주화법안’이란 이름의 각종 규제법안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발걸음이다. 서여의도는 불야성이다.
반면 증권사가 몰려 있는 동여의도는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여 있다. 증시침체 속에 증권사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대우증권 , SK증권, 미래에셋증권, 동양증권, LIG투자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가 인력과 지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부진한 해외 사업과 인력을 축소하거나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영업하는 62개 증권사의 총 임직원 수는 4만2317명으로 1년 대비 1만503명(3.4%)이 줄었다. 2011년 말 이후 5분기 연속 감소한 수치다. 이런 기조라면 올 하반기 갈수록 구조조정 한파가 더 매서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없애고, 자르고 , 줄인다고 해서 ‘3고(苦)현상’이란 말도 나온다. 동여의도는 한여름에 동장군을 만난 셈이다.
물론 동·서여의도는 태생적으로 역할이 다르다. 서여의도는 서민들의 애환이나 갈등을 풀어주는 문제해결사 역할과 함께 나라의 큰 틀인 ‘백년대계’를 짜는 막중한 임무를 담당한다. 그래서 정치인을 찾는 민초들의 가슴이 뜨겁더라도, 그들을 만나는 정치인들의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들의 머리가 뜨거운 것 같다. 경제민주화의 도그마에 덴 것처럼. 바빠 죽겠다고도 한다. 덜 바빴으면 좋으련만.
증권시장은 경제의 온도계다. 창업해서 어느 정도 몸집이 커지면 시장에 얼굴을 알려(기업공개·IPO) 도움닫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으면 지속적으로 자금을 수혈받아 또 다른 성장축을 만들 수 있다. 자본시장은 이런 곳이다. 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실물경제가 고장 났다는 걸 말해준다. 한국 1위 기업 삼성전자가 성장의 임계치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고,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갈 수 있다는 비관론도 싹트고 있다. 서여의도 보다는 동여의도가 활기 넘치는 게 한국 경제에 훨씬 좋다. 서여의도의 ‘금배지’님들은 멀리 가서 서민의 애환을 들을 필요가 없다. 여의도공원을 건너 증권맨들의 눈물과 그들의 보는 경제 실존에 대해 공부해 보시길.
동여의도가 살아나야 대한민국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다. (총괄부국장겸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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