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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규제‥"안심하고 경영하겠나" vs "재계 엄살떨지 말라"

김정남 기자I 2013.07.09 06:00:01

쟁점법안 토론③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對 김영주 민주당 의원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다루는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의 여야 간사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김영주 민주당 의원. 두 의원은 순환출자 금지법을 나란히 발의한 상태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현대차·현대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근간인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문제는 수많은 경제민주화 화두 가운데 단연 최대 논쟁거리다. 굳이 순환출자를 둘러싼 찬반 근거를 재차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난 대선기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자율에 맡기겠다”고 하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자율이라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갈등을 노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이데일리는 순환출자 금지를 포함한 경제민주화 입법의 최전선에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 박민식 의원과 야당 간사 김영주 의원의 입장을 듣고, 토론형식으로 쟁점과 전망을 정리해봤다.

6월 임시국회에 이어 9월 정기국회에서도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여야 간사는 나란히 순환출자 금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는 공감대

우선 신규 순환출자를 바라보는 두 의원의 문제의식은 다르지 않다. ‘A→B→C→A’ 구조의 순환출자를 통해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거대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구조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박민식 의원(이하 박)= 현재 14개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수는 124개라고 한다. 2008년 이후 신규 생성된 순환출자가 69개나 된다. 이런 지배구조 하에서 이사회 등 사내감시와 견제기능이 약화돼 총수일가의 일탈행위가 발생하게 된다.

김영주 의원(이하 김)= 순환출자가 형성된 집단은 모두 총수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총수일가는 외부자금 유입없이 생성된 가공의결권으로 실제 소유지분보다 훨씬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소유와 지배간 괴리를 심화시킨 셈이다.

박= 신규 순환출자 금지로 대기업집단이 외형확장보다는 내실있는 기업성장에 초점을 맞춘 제도적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김= 1970년대 자본이 부족한 시기에는 순환출자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젠 경제력집중을 야기하는 순환출자는 정리할 때가 됐다.

◇“법적안정성 침해·투자 위축” vs “상호출자의 변형된 형태”

정치권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여부다. 국회 정무위에는 신규 순환출자 규제를 기초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3년내 해소(김영주·김기식 민주당 의원) ▲의결권 제한(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그대로 존속(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등 3가지의 법안이 올라와있다. 두 의원은 자신이 낸 입법안처럼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견은 정반대로 달랐다.

박민식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행법에서 인정받던 경영 결과까지 법개정으로 소급 적용된다면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영주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를 그대로 두면 지금처럼 가공자본을 통한 과도한 경제력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박= 순환출자의 형성배경과 경제적 파급효과 등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야 사회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 현행 공정거래법상 가공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순환출자는 상호출자의 변형된 형태에 불과하다. 동일한 논리로 기존 순환출자 역시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최소비용이 경제개혁연대 추정 9조6000억원, 해당 대기업집단 추정 20조원에 이른다. 법적 안정성뿐만 아니라 투자위축 등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김=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것은 (갑작스런 부작용을 감안해) 기업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그래도 정리하지 못하면 의결권 제한을 두면 된다.

◇“M&A 방어수단 검토” vs “재계 엄살 심해”

재계창구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순환출자 규제 입법화가 가시화되자 ▲신규투자 위축 ▲적대적 인수합병(M&A) 노출 등을 들어 순환출자를 반대하고 있다. 재계의 반발을 바라보는 두 의원의 입장에도 온도차가 있었다.

박= 대기업집단 내부지분율이 높은 수준(평균 55%)이어서 적대적 M&A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의견과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이 미흡한 상황에서 순환출자 금지로 적대적 M&A에 노출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그간 적대적 M&A 사례 등을 바탕으로 경영권 방어수단의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다.

김= 최근 5년간 발생한 순환출자 20건 중 신규투자를 위한 출자는 단 한건도 없었다. 대부분 부실계열사 자금지원이나 편법 상속·증여를 위한 것이었다.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다지만, 내부지분율이 이미 높은데다 자사주 취득이나 계열사 공동출자로도 얼마든지 방어할 수 있다. 재계가 너무 엄살을 부리는 것 같다.

◇9월 정기국회 입법화 전망은

국회 정무위는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순환출자 금지법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처리될 수 있을까. 두 의원은 정무위 여야 간사여서 입법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박민식 의원은 신중했고, 김영주 의원은 단호했다.

박=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이 있는 만큼 경제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신중한 검토와 심의가 필수다.

김= 재계가 반대한 일감몰아주기 금지법도 여야가 조금씩 양보해 타협안을 찾았다. 순환출자도 여야가 타협점을 찾는다면 9월 정기국회에서 충분히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두 의원에게 순환출자 이후의 대기업집단 지배구조의 대안에 대해서도 물었다. 정부가 유도하는 지주회사체제를 거론할 것이라 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두 의원은 “정답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배구조 수단보다는 투명경영의 목적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박민식 의원은 “획일적인 모델제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다만 지배주주 등의 독단적 결정 견제 등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주 의원도 “꼭 어떤 형태로 가야한다기 보다는 총수일가가 가공자본을 통해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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