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남의 이름을 빌려 금융거래를 하는 차명계좌를 사실상 금지·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름을 빌려준 이가 이 사실을 고발하면 형이 감면될 뿐만 아니라 포상금도 얻게 된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4일 차명금융거래를 금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금융실명제법은 ‘실명이 아닌 거래’만을 규제한다. 즉 해당 계좌의 이름이 ‘없는 이름(虛名)’인지 ‘가명(假名)’인지만 규제하고 있어 ‘합의에 의한 차명(借名)’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없다.
뿐만 아니라 금융실명거래의 ‘의무주체’는 금융기관만 해당, 정작 차명계좌를 만든 개인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 설사 금융기관이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과태료는 500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모든 금융거래자에게 ‘실명’으로 거래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만약 차명계좌 사실이 적발되면 차명계좌 평가액의 3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한편 3000만원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는 것으로 했다. 만약 명의를 빌려준 이가 차명계좌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적발될 경우, 차명계자의 원소유주와 동일한 형을 받게 된다.
특이점은 ‘리니언시제도(자신신고자 감면제도)’를 도입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자발적으로 신고할 경우 형의 면제와 함께 해당 계좌평가액의 절반가량을 받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진신고율을 높여 실질적인 적발이 가능해지도록 한 셈이다.
또 차명계좌를 금지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친인척간의 거래, 종친회 등 법인격이 없는 단체의 대표자 명의 거래, 노약자·신용불량자 등 금융거래가 여의치 않는 이의 거래 등은 해당 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차명금융거래를 금지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차명금융거래가 자금세탁이나 조세포탈, 주가조작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것을 방지해 공평한 과세가 이뤄지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금융실명제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예금자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연이어 발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