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반등..제조업지표에 시퀘스터 극복

이정훈 기자I 2013.03.02 06:16:10

3대지수 1% 미만씩 올라..주간으로도 상승
헬스케어주 강세..애플, 또 추락해 52주 신저가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3월 첫 거래일에 뉴욕증시가 소폭 상승했다. 시퀘스터 최종 협상이 불발로 돌아간데다 글로벌 제조업 지표가 동반 부진했지만, 미국 제조업 지표 호조가 이를 상쇄시켰다.

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35.17포인트, 0.25% 상승한 1만4089.66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9.55포인트, 0.30% 오른 3169.74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3.52포인트, 0.23% 뛴 1518.20을 기록했다. 3대 지수는 주간으로도 0.2~0.6%씩 올랐다.

시퀘스터 발동 당일 최종적으로 진행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간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결국 시퀘스터 발동이 초 읽기에 들어가면서 시장심리를 냉각시켰다.

그러나 2월 미국의 제조업 경기지표가 1년 8개월만에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반면 1월 개인 소비지출이 시장 예상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세율 인상으로 인해 개인소득이 20년만에 최대폭으로 급감했고 건설지출도 1년반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유로존에서도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9개월 연속으로 위축세를 지속한데다 실업률도 11.9%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이로 인해 다음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이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은 오히려 살아났다.

업종별로는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헬스케어주가 강한 반면 에너지 관련주는 부진했다.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애플은 이날도 ‘아이폰’ 판매 둔화 우려 속에 2% 이상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페이스북은 다음주에 새로운 뉴스피드를 선보이는 행사를 열기로 하면서 주가가 2% 가까이 올랐다. 그루폰도 앤드류 메이션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하고 새로운 CEO를 물색한다는 소식에 13% 가까이 치솟았다.

시장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은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 바이는 4.57%나 올랐고, 예상보다 좋은 2월 판매 실적을 기록한 제너럴모터스(GM) 역시 강보합권을 지켜냈다.

◇ 오바마-공화당 합의 불발..시퀘스터 현실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재정지출 자동삭감 조치인 시퀘스터를 막기 위한 최종 협상에서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1일(현지시간) 자정을 기해 지출 삭감이 시작된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화당 출신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 리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원 대표인 낸시 펠로시 등과 시퀘스터를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회동을 가졌지만,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으로 이날 자정부터 시퀘스터가 공식 발동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시퀘스터 발동 이후 미국 재정지출은 앞으로 7개월 남은 올 회계연도에만 850억달러(원화 92조원) 삭감된다.

회동 후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의회 지도자들에게 시퀘스터 해결을 위한 합의를 촉구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재정지출 삭감 뿐만 아니라 세수 확충을 병행하는 균형잡힌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출신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내 입장에서는 세수 확충에 대한 논의는 이제 끝났다”며 “재정지출 삭감 문제만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여전히 양측의 논의가 평행선을 긋고 있음을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시퀘스터에 따른 고통을 모두가 당장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그 고통은 실제 현실이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일시적인 해고와 임금 삭감 등이 현실화될 수 있고 이는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시퀘스터에 따른 재정지출 감축이 모두 현실화될 경우 성장률을 0.5%포인트 이상 갉아먹고 75만개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 것”이라며 “이런 충격을 직접 목격한다면 공화당원들도 생각을 다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52주 신저가’ 애플, 임원들에 주식 떠안긴다

대표 상품인 ‘아이폰’의 판매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에 애플 주가가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애플은 임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더 떠안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일대비 2% 이상 하락하며 431.88달러까지 주저 앉았다. 이로 인해 애플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굴욕을 맛봤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9월21일 사상 최고가인 705.07달러를 기록한 이후 불과 5개월여만에 39%나 추락하고 있다.

이날 주가 하락의 이유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제기한 애플 아이폰 판매 둔화 우려 때문이었다. 컬바인더 가차 CS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판매량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애플의 2013회계연도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47.90달러에서 44.92달러로 6% 이상 하향 조정했다. 그는 올해 ‘아이폰’ 총 판매량을 1억5800만대로 예상하며 당초 전망치보다 11%나 낮췄다. 삼성전자(005930)의 차세대 주력폰이 될 ‘갤럭시S4’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여름쯤 있을 차세대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구매를 늦추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차세대 아이폰 덕에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는 16%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애플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른 주가 하락이 가팔라지는 가운데 애플이 고위 임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더 보유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날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달 6일부터 시행한 임원들의 자사주 보유 관련 조항을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회사측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자신의 연봉의 10배에 해당하는 주식 보유를 권고했다. 그 외 주요 고위 이사진들도 연봉의 3배가 되는 주식을 보유해야 하고 비등기 이사들은 5배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요구받은 상태다.

◇ 글로벌 제조업경기 동반 둔화..美·獨만 ‘맑음’

유로존과 영국, 중국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동반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JP모간이 산출, 발표한 2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8을 기록하며 지난 1월의 51.4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지수는 기준치인 50선을 넘으며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확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시켰지만, 성장세는 둔화됐다.

마킷이 발표한 유로존 17개 회원국들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9를 기록하며 전월 수준에서 머물렀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7.8도 소폭 상회했다. 그러나 지수는 19개월 연속으로 기준치인 50선을 밑돌면서 제조업 경기 자체가 지속적으로 위축세를 보이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 신규수출이 51.7을 기록하며 확장세로 돌아섰지만, 생산지수는 47.8로, 1월 수준보다 악화됐다.

제조업 비중이 전체 경제에서 10.5%나 차지하고 있는 영국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도 2월 제조업 PMI가 50.1로 전월 50.4에 비해 0.3 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전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 2월중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4.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의 53.1은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인 52.5를 모두 웃돈 것이다. 아울러 이는 지난 2011년 6월 이후 1년 8개월만에 최고치였다. 또한 경기가 확장이냐 위축이냐를 가르는 기준치인 50선도 석 달 연속으로 상회해 경기가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 美 자동차판매, 2월도 호조..‘빅3’ 견조한 성장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지난달에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휘발유 가격 상승과 할인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서도 견조한 수요와 ‘프레지던트 데이’ 마케팅 등이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이날 지난달 미국에서만 22만4314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7.2% 증가한 것이고 시장 전망치도 웃돌았다. 개인 대상 소매 판매와 법인 판매 모두 7%씩의 성장세를 보였다.

포드는 2월중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가 총 19만5822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9.3% 증가한 것이지만, 9.8%였던 시장 전망치에는 다소 못미쳤다. 2월 판매량으로는 6년만에 최고치였고, ‘퓨전’과 ‘이스케이프’가 각각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달 미국내에서 13만9015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전년동월대비 4.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2월 판매량으로는 5년만에 최고치로, 판매량 증가세도 35개월째 이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이날 GM은 연율 환산으로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2월에 1500만~1550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크라이슬러 역시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는 2월중 연율 환산으로 1550만대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 美 개인소득, 20년래 최대감소..건설지출 급감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 1월중 개인 소비지출이 전월대비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앞선 지난해 12월의 0.1% 증가보다 높아진 것이다. 12월 수치는 종전 0.2% 증가에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인플레이션이 재차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소비지출 성장세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실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도 전월대비 0.4% 증가했다.

개인 소득은 이 기간중 3.6%나 감소해 시장에서 예상했던 2.2% 감소 전망치를 밑돌았고, 지난해 12월의 2.6% 증가에서 감소로 급선회했다. 특히 이는 지난 1993년 1월 이후 무려 20년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소득이 급감하자 가계 저축도 덩달아 급감했다. 1월중 저축률은 2.4%로, 앞선 12월의 6.4%에서 크게 낮아졌다.

아울러 미 상무부는 지난 1월중 건설지출이 전월대비 2.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0.4% 증가를 밑돈 것은 물론이고 앞선 지난해 12월의 1.1% 증가에도 못미쳤다. 감소율도 지난 2011년 7월 이후 1년 6개월만에 가장 컸다.

민간부문의 건설지출은 전월대비 2.6% 감소했고 공공부문 지출 역시 1.0% 감소하며 석 달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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