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로만 쇄신 공천, 표로 심판해야

논설 위원I 2012.03.20 07: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0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4.11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후보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모두 겉으로는 공천개혁과 인적쇄신을 외쳤지만 결과는 한심한 수준이다. 인적쇄신은 특정 계파의 공천 독식으로 빛이 바랬고 참신한 인재영입은 눈을 씻고 찾아야 할 정도다. 공천심사의 원칙과 기준은 오락가락했고, 부실심사로 인한 공천 취소, 땜질 공천이라는 구태도 여전했다.

이번 공천에서 새누리당은 현역의원의 42%, 민주통합당은 36%를 탈락시키는 등 물갈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지만 이들의 빈자리를 친박(親朴)과 친노(親盧)로 대체한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현역 의원을 밀어내고 공천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전직 의원이나 정당인, 중앙정부 관료와 지자체장 등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고, 인적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 공천 약속한 숫자 모두 못채워
여성 공천의 경우 공약을 어긴 대표적 사례다. 당초 새누리당은 여성을 30% 공천하겠다고 했지만 7%인 16명에, 민주당은 15%를 약속했지만 10.5%인 22명에 그쳤다. 이것 저것 재다가 여성 머릿수도 못 채운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강정책에는 경제민주화 조항을 새로 집어넣었지만 이를 입법으로 뒷받침할 후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셈이다. 
 
민주당의 공천도 난맥상을 거듭했다. 정체성과 도덕성을 공천 심사의 잣대로 내세웠지만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의 공천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민주당이 시도한 국민경선과 모바일 투표는 불법으로 얼룩졌고, 결국 현역의원들의 기득권만 지켜주는 데 그쳤다. 공천을 받은 후보들중 과거 문제있는 발언이나 성추문 등이 불거져 공천이 취소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새누리당의 경우 텃밭인 강남에서 공천받은 인물이 역사 편향성 논란으로 중도 탈락했다. 특정 지역에서 탈락한 후보를 다른 곳에 내보내는 돌려막기 공천도 횡행했다.
 
문제있는 인물, 떨어뜨리는 것이 유권자 책무
이번 공천결과를 보면 각 정당이 국민들 앞에 개혁을 약속하고도 내놓은 게 겨우 이 정도인가 싶은 참담한 심정이 앞선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국민과 유권자들을 봉으로 보는 과오를 저질렀다. 이러니 국민들이 정치라면 손사래를 치고 염증을 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의 오만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최악보다는 차악을 택해 정치권을 심판하는 것은 유권자의 책무다. 총선 투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어느 정당이 국민들을 속이고 농단했는지 유권자들이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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