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E][PF 사업장 해부]⑤분양 악화 늪에 빠진 현대산업개발

이태호 기자I 2010.11.04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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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현대산업개발(012630)은 PF 우발채무가 10대 건설회사 중 가장 적지만 직접 땅을 사 아파트를 짓는 자체 주택사업 비중이 매우 높다. 올 상반기 매출액 기준 주택사업 비중은 약 55%로 건설대기업 평균 40%를 크게 웃돌았으며, 자체사업 비중은 39%로 주택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동산개발 노하우가 아무리 뛰어난 건설사라 하더라도 주택사업 비중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바닥 깊이 가라앉은 주택경기를 배겨낼 재간은 없다. 특히 자체사업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있는 반면 땅을 확보하는 데 따른 운전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분양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독(毒)이 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크레딧시장은 수원 등지의 대규모 자체사업 분양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분양경기 침체는 불과 3개월 전 ‘효자’ 사업장도 ‘애물단지’로 전락시키고 있다. 수원시 권선동 `아이파크시티`도 비슷한 사례다. 아이파크시티는 총 세 차례에 걸쳐 분양을 진행하는데 1차와 2차를 합한 분양가액만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3차까지 합할 경우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연 매출 2조2600억원과 맞먹는다. 지난해 9월 분양을 실시한 1차(1336세대, 분양가액 6920억원)는 올 10월 현재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친 상태다. 그런데 3개월 차이를 두고 실시한 2차(2024세대, 9900억원) 분양은 기대를 무너뜨렸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분양후 11개월 정도가 지난 올 10월말 현재 분양률은 76%를 기록중이다.

일각에서는 1차 분양률이 좋았던 것도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나타낸 덕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조만간 실시될 3차(1077세대)분양 성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사진1. 수원시 권선구 아이파크시티(2010.10). 총 세 차례에 걸쳐 분양을 진행하는데 이중 1차와 2차를 합한 분양가액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2009년 9월 1차 1336세대는 수도권 분양경기 회복 조짐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분양됐으나, 2009년 12월 2차 2024세대는 76%만 분양됐다. (사진=이데일리)

이와 별도로 개별 사업장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해운대 아이파크`(1631세대, 1조5930억원)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2008년 1월 분양 실시 후 소규모 미분양이 지속되긴 했으나 올 들어 분양이 완료되고 선수금이 유입된 덕분에 운전자본 부담을 일부 상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해운대와 수원 사업장 다음으로 사이즈가 큰 자체사업인 고양삼송과 마산만 아이파크는 둘 다 미분양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남 마산시 신포동의 마산만 사업장(780세대, 1357억원)은 공사 절반이 진행됐지만 70%대 분양률에 머물고 있다. 고양시 삼송동 사업장(610세대, 2823억원)은 지난해말 분양했으나 최근까지 15%의 미분양 물량이 남아 회사를 괴롭히고 있다.

지방선 대규모 우발채무 떠안아

지방 도급사업장 중 일부는 뜻밖의 대규모 손실을 안기며 재무사정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특히 울산광역시 남구 신정동 문수로 2차 아이파크 사업(886세대)은 치명적이었다. 지난해 8월 사업성 악화로 사업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3114억원의 채무가 현대산업개발로 넘어왔고, 지난해 3분기 약 5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충남 아산시 용화지구 사업(877세대)도 분양 환경 악화로 올 8월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관련 우발채무는 550억원이다. 최근 분양을 진행한 지방사업장도 상당수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울산에서 올 3월 준공한 우정동 아이파크(820세대, 도급액 1550억원)는 70%대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9월 동문건설의 미분양 사업장을 인수해 다시 분양한 일산 덕이지구아이파크(1556세대, 2850억원)는 여전히 15%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늘어난 공사미수금은 운전자본투자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최근 3년간 매년 3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순차입금은 지난 2006년말 1320억원 수준에서 올상반기말 1조460억원으로 3년반 동안 무려 8배로 불어나면서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한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A+건설사 중에는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도가 가장 낮다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공급과잉에 처한 국내 건설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도 아닌 현대산업개발이 예전처럼 많은 사업을 벌이면서 돈을 벌기는 힘들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그는 “비교적 우량한 자산가치로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공정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망을 밝게 보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신정평가는 올 상반기 등급대비 높은 회사채 유통수익률을 나타낸 대표적 기업 중 하나로 현대산업개발을 꼽았다. 수익률이 높게 유지되는 요인에 대해서는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PF우발채무 현실화 등 사업위험이 확대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용지대, 공사미수금 등 자금선투입 부담으로 차입규모가 확대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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