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제공] 태극전사들이 2006독일월드컵축구 본선에 앞서 좋은 ‘약’을 먹었다고 생각한다. 4일 가나전 직전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았는데 이것이 무거운 몸놀림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사실 지금쯤이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이 떨어질 시점이다. 컨디션과 체력이 떨어진 게 이날 공수에 걸쳐 모든 문제점을 야기한 것 같다. 오히려 평가전서 최악의 컨디션으로 쓴 패배를 안는 것이 본선에서 긴장을 바짝 조여 좋은 경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날은 선수들 모두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듯 보이며 공수에 걸쳐 경기 리듬이 흐뜨러졌다.
우선 딕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요구한 건 압박존을 상대 진영 깊숙히 끌어올리도록 한 것으로 보여진다. 토고전을 가상해 보다 공격적인 전형으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무거워 감독의 지시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다.
또 상대 측면 윙백에서 들어오는 패스가 1차선에서 저지가 안되고 또 그로 인해 후방 수비가 흔들려버리는 상황이 자주 초래됐다. 미드필더에서도 수비 위치 선정이 부족해 보였다. 토고전에 앞서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박지성을 좀 더 전진 배치시키고자 하는 노력도 엿보였으나 아직까지 박지성의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 이것도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다. 박지성은 볼터치나 패스를 정확하게 마무리 짓지는 못했지만 2선에서 전방으로 쭉쭉 파고들어가는 모습, 폭넓은 움직임은 여전했다.
그동안 중앙에 고립된 안정환은 이날 자주 측면으로 빠져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지성이나 이천수가 안정환이 빠진 자리를 메워줘야하는 데 그런 유기적인 플레이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이날 첫 선발 윙포워드로 나선 박주영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왼쪽 풀백 이영표의 오버래핑을 위한 측면 공간 창출의 움직임이 돋보였지만 그보다 본인이 직접 해결을 하려는 시도가 요구된다.
오른쪽 윙백 송종국은 이전 경기보다 많이 살아난 느낌이다. 하지만 왼쪽 이영표와 마찬가지로 이기기 위해선 적극적이고 날카로운 오버래핑이 필요한 데 이날은 공간을 적절하게 찾아 들어가지 못한 모습이다.
일단 토고전에 앞서 대표팀이 풀어야 할 급선무는 팀 분위기를 바꿔주는 것이다. 이날 나타난 문제점들을 세밀하게 분석,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약’으로 삼는 게 필요할 것이다.
본지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