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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뜨는데 '주유소'가 없다?…공중급유기 사업 좌초 위기[김관용의 軍界一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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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I 2025.10.12 08:00:00

4년 전 견적으로 사업 가능한 마지막 시점인데
KF-21 양산 예산 우선순위 밀려 급유기 예산 ‘0원’
지금도 급유기 1대당 전투기 58대, 세계 최저 수준
F-35A 더해 KF-21 전력화 땐 불균형 더 커져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국감 이후에는 예산 국회에 돌입합니다. 정부는 지난달 2026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중 국방비는 올해 본 예산 대비 8.2% 증가한 66조 2947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실제 확정되면 2019년 당시 전년 대비 8.2% 증가한 이래 7년 만의 최대폭 상승입니다. 하지만 국방부 내에서, 혹은 재정 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항목들이 있어 국회 심의 단계에서 ‘밀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군의 공중급유기 사업 예산이 대표적입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공중급유기 예산은 ‘0원’입니다. 4년 전 2대의 공중급유기 추가 도입 견적가로 1조 20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예산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일부라도 내년 예산안에 반영돼야 기존 견적가로 입찰을 시도할 수 있지만, 예산 반영이 안 될 경우 사실상 공중급유기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인상에 따라 추가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데, 상당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작전반경·무장탑재량 증가

공중급유기는 말 그대로 우리 공군 임무 항공기들의 연료를 하늘에서 지원하는 ‘하늘 위 주유소’입니다. 우리 공군은 유럽 에어버스D&S의 A330 MRTT(KC-330) 기종을 선정해 2018년과 2019년 각각 2대씩을 도입했습니다. 급유량이 111톤에 달해 우리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K 21대에 공중에서 기름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별자리 중 백조자리를 뜻하는 ‘시그너스’라는 별칭이 붙은 공중급유기 전력화 이후 우리 공군은 전투기의 체공시간과 작전반경을 대폭 확장했습니다.

공군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가 후미로 진입한 F-15K 전투기에 급유 붐을 길게 내려 공중급유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공군)
과거 미군의 급유 지원 없이 단독 작전 시, 공군 전투기는 북한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연료가 부족해 복귀가 불가능했습니다. 초계작전이나 비상출격 임무에도 제약이 따랐습니다. 공중급유 없는 F-15K 전투기의 경우 독도에서 약 30분, 이어도에서 약 20분밖에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KF-16 역시 독도에서 약 10분, 이어도에서 약 5분간 작전을 수행하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시그너스 전력화로 공중급유 1회당 약 1시간씩 임무를 더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전역에서 더욱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더해 급유기 덕분에 무장 탑재량도 늘어났습니다. 전투기는 ‘최대이륙중량’이 정해져 있는데, 연료를 가득 채우고 이륙할 경우 그만큼 무장량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공중에서 급유할 경우 이륙에 필요한 연료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더 많은 미사일과 폭탄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해외 연합작전 참가 시 시그너스로 직접 공중급유하며 단독 전력으로 한반도 공역을 넘어 어디서든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호주 피치블랙 연합훈련 참가 등에서 전투기들이 시그너스로부터 공중급유를 받으며 현지까지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그너스는 최대 300여 명의 인원 또는 37톤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항공기입니다. 이에 따라 단순 급유기능을 넘어 수송 및 인도적 지원 자산으로도 활용됐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 구출작전(‘미라클 작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요소수 긴급 공수, 튀르키예 구호대 수송, 코로나 19 백신 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지난 2020년 6월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된 아크부대 17진 장병들이 공군 공중급유기(KC-330) 탑승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파병부대 최초로 공군 공중급유기를 활용해 교대했다. (사진=국방부)
‘항공기:공중급유기’ 불균형 심화

하지만 총 4대의 공중급유기로는 정상적 훈련과 작전 임무가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운용 전력은 1대 수준으로 전투 임무 조종사들의 급유 훈련이 제한돼 공중급유 자격 획득 조종사는 전체의 60%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공중급유 경험이 없거나 훈련 부족으로 유사시 공중급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아예 급유를 받지 않고 임무기를 버리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KF-21과 F-35A 스텔스 전투기 추가 도입으로 급유기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현재 우리 공군이 보유한 공중급유기 4대는 F-15K, KF-16, E-737 등 약 230대 항공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58대당 1대 비율로, 미국(9대 1), 호주(35대 1), 프랑스·캐나다(27대 1), 싱가포르(22대 1)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최근 F-35A에 대한 공중급유를 시작했는데, 총 60여 대의 F-35A에 향후 KF-21 120여 대 모두 전력화되면 급유기 부족은 더 심각해집니다. 한국형전투기 KF-21 양산에 공군 예산 상당 부분이 편성되면서 공중급유기 예산은 묶여 있지만, 역설적으로 KF-21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공중급유통제사가 KC-330에서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위해 카메라 모니터를 보며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사진=공군)
물론 일각에서는 공중급유기 예산낭비론도 제기되는 게 사실입니다. 제주도에서 휴전선까지 직선거리로 1100㎞밖에 안 되는 한반도 지형에서는 공중급유 도입의 목적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전투기들의 임무 교대를 통해 충분히 작전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력효과 대비 예산 효율이 낮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현대전은 단일 영공에 한정된 방어가 아니라, 원거리 정밀타격과 연합작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공중급유기는 단순한 연료 보급기가 아니라 전략적 기동자산이라는 게 공군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공중급유기 2차 사업 예산 증액을 요청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KF-21 시대의 실질적 전력 운용과 예산 효율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공군 작전이 달라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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