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10월말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내 개혁이 시급한 국민연금은 국회로 넘어가 아직 한걸음도 못 떼고 있다.
지난 9월 정부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상향하는 개혁안을 내놨다. 보험료율은 인상폭은 세대별로 차등을 두고 수명이나 가입자 수와 연계해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도 제안했다. 또 하나의 ‘모수(母數)’로 기금수익률 ‘1% 제고’도 제시했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설정된 장기 수익률 4.5%를 5.5% 이상으로 높여 2056년인 기금 소진 시점을 2072년까지 늦춘다는 계획이다. 부연하면 청년세대 부담을 낮추기 위해 20대 청년은 16년간 0.25%포인트씩 차등해 서서히 올리고 연금의 충분한 수령이 예상되는 50대는 앞으로 4년간 1%포인트씩 빠르게 13%까지 올려 조금 더 내고 조금 덜 받는 개혁을 완성하자는 것이다. 이때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한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전제됐다. 자동조정장치까지 적용하면 기금이 적자로 돌아서는 시기가 현행 2041년에서 최대 2088년으로 늦출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가 보험료율을 큰 폭으로 올리려는 것은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로 노인 인구 비중이 커지고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 위기를 겪고 있어서다. 이번 개혁이 성공한다면 우리의 미래세대까지 안정적으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정작 국회 내 연금 논의는 한걸음도 못 떼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안 수준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시한 보험료율(13%)을 제외한 다른 조건의 경우 협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다시 소득대체율을 44%로 상향하는 안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조정장치를 포함한 구조개혁은 내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장기 논의로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논의를 분리해서 진행할 경우 구조개혁이 무한정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모수개혁조차도 늦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연금개혁을 미루면 미룰수록 연금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인다. 하루에 885억원 정도의 연금부채가 쌓이는데 1년이면 32조원이나 된다. 이대로 간다면 2056년에는 현재 가지고 있는 기금 1147원이 모두 바닥나게 된다. 미래 일은 미래세대가 알아서 책임지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이내에 연금을 수령하게 될 50대에게도 손해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때는 70%로 높게 설계됐지만 이후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뒤 매년 0.5%포인트씩 깎여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다. 올해는 42%, 내년에는 41.5%다. 정부안은 이를 더 낮추지 않고 유지하자는 것인데 개혁이 미뤄지면 소득대체율은 41.5%로 낮아져 연금 수령 시점에 수령하게 될 평균연금이 줄어든다.
올해 내 연금개혁이 마무리되면 내년에 월 300만원 소득자는 50대의 경우 보험료율 10%가 적용돼 직장가입자는 1만 5000원 늘어난 15만원을, 자영업자는 3만원 늘어난 3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20대 300만원 소득자의 경우 직장가입자는 3750원 늘어난 13만 8750원을, 자영업자는 7500원을 더 늘어난 27만 750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20대는 매달 커피 1잔을, 50대는 매달 커피 3~6잔을 덜 마시고 전 세대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 되는 셈이다. 세대 간 대결구도보단 서로 어깨동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기를 바래본다. 사람 ‘인(人)’의 의미를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