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세금을 내도 좋으니 주식 투자로 5000만원만 벌어봤으면 좋겠네요.”
투자라는 걸 해본 사람들은 아마도 이 말에 대개는 공감할 것이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금융상품에 투자해 5000만원을 벌어들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면,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20%의 세금을 내는 것에 대부분의 투자자가 기꺼이 동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헌데 이 같은 내용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6개월 후면 법이 시행되는데, 아직도 도입이니 폐지니 시끄럽기만 하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금투세를 ‘힘겨루기’에 이용하며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안겨주고 있는 탓이다.
올 초 정부와 여당은 증시 활성화 정책으로 2025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4월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은 금투세가 2025년부터 예정대로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맞대응했고, 이후 정부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해왔다.
그리고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금투세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아이러니한 점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며 서로를 탓하고 있는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자신들의 계획이 ‘개미’, 개인투자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투세 도입을 추진한 야당은 금투세가 소수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제라고 하고 있다. 5000만원의 투자 이익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10억을 투자하면 5%의 수익률만 거둬도 가능하다. 이렇게 금융투자상품에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1%의 부자들을 위한 세금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증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가 타격을 입는다고 강조한다. 1%의 슈퍼개미에게 세금을 내게 하면 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증시 자체가 흔들려 나머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안 그래도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는데 슈퍼개미마저 이탈하면 기업 밸류업도 소용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양측이 금투세 폐지와 도입을 외치는 동안 한 번이라도 논의나 협의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기억으론, 단 한 번도 없었다. 금투세를 폐지하려면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물리적인 시간만 고려해도 논의 없이 평행선만 달릴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제도 보완만 해도 어떤가. 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예정된 증권거래세 인하는 지속할 것인지,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장기투자자를 유도하기 위한 추가 대책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등. 투자자와 업계에 조금만 귀를 대도 보완할 제도는 넘쳐난다.
금투세 도입과 폐지를 둔 힘겨루기를 이어가기 전, 정책을 추진하는 지금의 상황이 순수하게 개인 투자자와 증시 활성화를 위한 모습인지부터 살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