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브라질 ‘더 많은 의사 프로그램’이 韓의료 파업에 주는 의미

윤정훈 기자I 2024.03.18 05:30:00
[칼럼니스트=편무원 한국브라질소사이어티 회장]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의 의사 수는 크게 부족하다. 현재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국가 평균 3.7명에 크게 못 미친다.

2023년 6월 복지부가 주최한 한 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해 의료수요는 증가한다며, 빠르면 2035년 2만2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예측을 했다.

의사 수의 부족뿐만 아니라 의료체계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의료격차가 크며 특히 몇몇 필수 의료 진료과목에서의 의료 공백 상황은 전국적으로 더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바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2022년 하반기에 의료 개혁을 위한 첫 단계로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그동안 의료 현장과의 소통 자리와 지역별 의료 간담회를 수십 차례 개최했다. 지난 1월부터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의료현안 협의회도 여러 차례 갖고 의사 인력 확충이 포함된 필수분야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의협은 반대로 일관하여 협상은 진전이 없었으며, 결국 전문의들이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 철회를 위한 시위에 나섰다. 의사들은 마치 환자들과 의사 증원을 지지하는 대다수 국민(2023.12, 보건의료노조 여론 조사 결과 89.3%가 의대 증원 찬성) 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더구나 컴퓨터에 저장된 환자들의 처방전까지 삭제했다고 하니 내 귀를 의심케 한다.

우리나라보다도 의사가 더 부족하고 국토 불균형 발전으로 도시와 지방간 의료격차가 더 심각한 브라질은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고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7월에 ‘더 많은 의사 프로그램(Programa Mais Medicos)’를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의사 1만명 양성을 목표로, 2015년부터 의대를 졸업하면 2년간 보건의로 의무적으로 근무하고 필요하면 외국인 의사를 수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실제 이후 브라질은 인건비가 저렴한 쿠바 의사들을 수입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정책을 발표했을 때 의사들이 반대하고 시위도 했지만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자, 정부의 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도시뿐만 아니라 오지에 사는 브라질 국민들도 의료 혜택을 보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있다. 국민 90% 가까이 찬성하고 있는 정책을 반대하고 있는 의사들의 행태가 국민들에게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물론 사명감만 갖고 살 수 없는 현대에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지키라고만 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고 선서한 내용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의사들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의사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의사들의 권위는 환자 옆에서 의사 자신들이 지키는 것이지 남이 지켜줄 수는 없다.

의료계 집단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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