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전력(015760)공사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의 올 상반기 제조업 전기판매량은 13만3899기가와트시(GWh)로 전년동기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있었던 2020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의 감소다.
통상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전기 사용량은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정도의 경제적 충격이 없는 한 해마다 늘어왔던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작년 말부터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졌으나, GDP는 올 1~2분기 모두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의 전기 사용량 감소는 곧 전체 전기 사용량 감소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전기 사용량 역시 26만9947GWh로 전년동기대비 0.8% 줄어었다. 이 역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이후 3년 만의 감소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응해 기업들이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 노력을 펼친 것이 전기 사용량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와 한전은 발전 연료비 급등에 따른 충격에 지난해 초부터 1년 반에 걸쳐 전기요금을 누적 40.4원(39.6%) 인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전·난방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국제 시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은데 따른 조치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력 다소비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300킬로와트(㎾) 이상 산업·일반용 대용량(고압 B~C) 요금은 가정용 요금보다 인상 폭을 키웠다. 작년 상반기까지 전기요금을 두 배 가까이 올렸던 이탈리아·영국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기업과 국민들에게 에너지 위기 상황에 따른 고통 분담을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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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발맞춰 기업뜰은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 노력을 펼치기로 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고, 정부는 이를 측면 지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작년 10월 삼성전자, 현대제철, LG화학 등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형 에너지 효율혁신 파트너십, 이른바 ‘KEEP30’을 체결했다. 파트너십 참여 기업들은 오는 2027년까지 매년 에너지 원단위(제품 생산단위당 에너지 사용량)를 1%씩 줄이기로 했다.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에어컨을 덜 트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력 사용량을 줄여가려는 취지다.
정부는 에너지 소비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공단은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최대 150억원을 지원해왔던 에너지절약시설 설치 융자사업을 KEEP30 참여 대기업으로 확대하고, 최대 300억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오는 2027년까지 5개년에 걸쳐 총 4000개 중소·중견기업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무상 진단해 효율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문화를 협력사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LG화학이다. 이 회사는 자체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 노력과 함께 해마다 협력기업을 선정해 사업장 조명을 LED로 교체해주거나 고효율 변압기 설치·인버터 냉·난방기 도입비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8곳을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작년까지 총 1722석유환산톤(toe)의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공단은 이 같은 우수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에너지 효율혁신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중소·중견기업의 효율적 에너지 사용 및 에너지 소비 감축 지원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을 안착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제조업과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줄었으나 서비스업 전기 사용량은 오히려 늘었고, 제조업 역시 하반기 경기 회복과 함께 사용량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며 “현 위기를 계기로 산업 부문은 물론 사회 전체에서 근본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현장 중심의 지원이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지원을 아낌없이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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