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선수 출신이 문체부 2차관 자리에 오른 건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사격 스타’ 박종길 선수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제 2차관으로 6개월간 역임했고,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선수도 문재인 정부에서 1년 2개월간 2차관 보직을 맡았다. 2차관은 관광과 체육 정책, 그리고 국정 홍보를 담당하는 최고 관료다. 전문성은 물론 대외적으로 국민적 호감이 필요한 자리다. 문체부 장·차관에 유명인이 발탁될 때마다 유독 전문성 등을 이유로 자질 시비에 휘말렸다.
이번 인사에서도 장미란 차관에 쏟아진 관심은 대단했다. ‘역대 차관 중 이 정도 관심을 받았던 차관이 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으니. 이유야 어떻든 임명직을 수행하는 기간 뚜렷한 목표와 책임을 갖고 정책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했다. 어느새 장 차관이 취임한 지 한달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25일에는 첫 관광기자간담회도 가졌다. 엄청난 관심 속에서 열린 간담회장의 분위기는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장 차관의 말투와 행동은 사뭇 예상과 많이 달랐다. 모두발언에서는 시종일관 자신감 없는 말투였다. 이날 장 차관이 지난 21일 연 관광 업계 소통 간담회 자리에 대한 소회를 밝히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장 차관은 “(요청하는 현안 처리가) 빨리 안되는 거 아시죠? 그리고 저희끼리만 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닌거 아시죠?”라면서 “관계 부처와 협업해서 해야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더라구요”라고 회상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장 차관의 이 한마디를 두고 많이 아쉬워했다. 물론 장 차관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당초 업계가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장 차관의 발언에 놀랐던 것일까. 문체부 관계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내용은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후에는 “기사화가 가능하다”고 정정했지만 문체부 관계자가 보기에도 너무 솔직한 장 차관의 발언이 여과없이 언론을 통해 나가는 것이 아마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엔데믹 이후 세계 관광산업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반면 우리 국내 관광산업은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체육 외 다른 분야 경험이 거의 없는 차관으로선 어려움이 많을 터. 당장 공부해서 배울 수도 없고 시간도 없다. 장 차관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망스럽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열심히 현장을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다”라고 이미 포부를 밝혔다.
장 차관은 이미 선수로서 큰 업적을 남긴 영웅이다. 그런 그가 관광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전문가가 필요했다면 그가 아닌 경험이나 경력이 더 굵직한 박사나 교수를 그 자리에 앉혔을 것이다. 다만 ‘차관’ 자리는 스스로 증명하는 자리다. 그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는 잘 모른다’가 아닌 ‘해보겠다’, ‘무엇이 필요한가’와 같은 메시지가 필요하다. 그가 올림픽에서 보여준 것처럼 지금의 자리에서도 그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용기 그리고 배포를 우리 국민은 기대한다.